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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인사이드)술 담배 세금 인상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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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7-0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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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부터 '죄악세(sin tax)' 개념을 도입해 담배와 술에 부과되는 세금을 대폭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간접흡연 등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만큼 소비억제를 위해 세금을 무겁게 매기겠다는 것이다. 에어컨 등 에너지 다소비 품목의 개별소비세 인상도 거론된다.

결과적으로 모두 서민들의 세금부담을 늘릴 가능성이 높은 정책들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음주와 흡연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24조원이나 되는 상황에서 흡연·음주를 줄이기 위해서는 고세율을 통한 고가격밖에 없다는 것이 세금 인상론의 근거이다. 나름대로 일리 있는 주장이다.

자신과 타인의 건강을 해쳐 사회 전체의 의료비 부담을 키우는 술 담배의 세금을 높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청소년의 흡연과 음주를 절제시키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죄악세 운운하며 납세자를 죄인 취급하려 들면 좋은 소리가 돌아가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모든 상품에서와 마찬가지로 담배 역시 하나의 상품이라는 점에서 가격이 높아지면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또 담배 수요가 줄어드는 것만큼 결과적으로 국민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국민건강이라는 한 가지 잣대를 앞세워 담배 값을 단기간에 급격히 올리는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수반하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담배는 유해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인간의 중요한 기호품으로써, 그리고 비중 있는 산업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세금을 부과해서 술의 소비와 과음을 억제하는 효과를 얻는다는 주장도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얘기다. 단적인 예로 담배에 부담금을 부과해서 금연효과가 얼마나 지속됐는지 모르겠다. 한동안 담배가 덜 팔리는듯 하다가 다시 소비증가로 돌아선 것이 현실이다.

과거 미국의 금주법 실패에서 보듯이 술을 우리 사회에서 추방할 수는 없다. 술은 담배하고도 다르다. 적당히 마시면 심장병 예방 등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술의 폐해를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소비자들에게 무조건 부담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는 이런 세제개편을 추진하면서 조세정의 운운하지만 그 속셈이 뭔지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정부는 그동안 종부세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법인세를 낮추는 등 강도 높은 감세 정책을 펴왔다. 경기침체에다 이런 감세정책 탓에 세수가 차질을 빚게 됐다. 거기에다 4대강 정비사업 등 대규모 토목사업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한국개발연원(KDI)은 종부세 폐지, 소득세·법인세 인하, 다주택자 중과폐지 등으로 이명박 정부 5년 간 총 99조원의 국세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결국 어디에선가 세금을 더 거둬 곳간을 채워야 하고, 그러다 보니 그동안 서랍 속에 묵혀놨던 각종 증세 방안을 꺼내든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앞뒤가 바뀐 것이다. 부족한 세수를 보충하려면 먼저 감세정책 기조부터 바꿔야 한다. 그래야 증세의 정당성도 인정받을 수 있다.

이 정부가 요즘 들어 부쩍 강조하고 있는 서민 중시 정책과도 아귀가 맞지 않다. 섣부른 증세 조치는 조세 저항을 불러올 뿐 아니라 사회불안 요인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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