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 차 서울을 방문한 북한 사절단은 21~23일 서울 체류기간 이명박 대통령, 현인택 통일부 장관, 국내 정치권 인사 등과의 면담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총론과 각론에 걸친 자신들의 구상을 모두 전한 것으로 보인다.
'총론'은 조문단 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23일 이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 메시지에 담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남북협력의 진전에 관한 김정일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라고만 밝히고 그 내용에 대해서는 소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메시지에 일단 '6.15, 10.4선언'의 바탕 위에서 전면적인 대화와 협력을 하자는 취지가 담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정부가 강조하는 북핵 문제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결과임을 강조하면서 남북은 '우리 민족끼리'의 정신에 따라 협력해야한다는 언급을 했을 개연성도 점쳐진다.
이날 이 대통령이 비핵화와 남북관계를 연계하고 남북문제를 국제기준에 맞춰 추진하자는 등의 대북 '원칙'을 설명한 뒤 김 위원장에게 전해달라고 당부한 사실에 비춰 추정하자면 북한은 그들 나름대로 대남 정책의 '원칙'들을 거론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이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는 메시지도 담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김기남 비서가 22일 정치권 인사들과 가진 조찬행사에서 "지도자의 결심이 중요하다"고 누차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에게도 비슷한 취지의 언급을 했을 개연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지도자의 결심'이 내포한 바는 결국 남북관계를 '통크게' 풀어 가자는 것으로, '특사교환'을 통한 정상간 의중 타진은 물론 상황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정상회담까지 할 용의가 있다는 김 위원장의 의중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북측 메시지 중 '각론'에 해당하는 부분들은 전날 현 장관과 북측 조문단 일행의 두차례 회동과 정치권 인사 등과의 면담을 계기로 이미 공개된 것으로 분석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 장관과 김양건 통전부장간 대화 내용에 언급, "고위급 회동이었던 만큼 실무적인 이야기 보다는 큰 틀에서의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측은 22일 정치권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남북간 대화와 각종 교류협력사업을 본격 진행하자는 등의 '각론'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당시 대남 실무 총책인 김양건 통전부장은 우선 "당국 대화도 하고 경제.사회.문화교류도 하고, 의원교류도 하자"며 전방위 남북대화 의지를 표했다.
또 개성공단과 관련해서는 '김정일 위원장 결단으로 추진된 사업'임을 강조하면서 "개성공단이 1단계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는 결국 향후 근로자 기숙사 및 출퇴근 도로 건설 등으로 개성공단의 정상화 및 확대를 추진하자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은 여기에 더해 "북한에 자원이 많다. 이것이 중국을 거쳐서 나가는데, 직접 교역을 하면 상호 이익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중단된 남북간 '경공업 원자재-지하자원' 맞교환 프로젝트를 이어가자는 메시지로도 해석됐다.
종합해보면 현 정부들어 처음 이뤄진 이번 남북 정상간 간접대화와 고위급대화를 통해 북 측은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남북관계를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에 걸쳐 '통 크게' 풀어가자는 뜻을 전달했고 이에 우리 측은 비핵화하면 모든 게 가능하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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