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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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1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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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美 타이어 보복관세 WTO 제소 분쟁 이면엔 '무역불균형'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악화일로다. 미국이 중국산 타이어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산 닭고기와 자동차에 대한 반덤핑 조사로 응수한 중국은 14일 미국의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최근 세계 경제의 쌍두마차를 의미하는 'G2'로 불리며 의기투합한 양국간 갈등이 자칫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美, '무역불균형' 불만 폭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산 타이어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것은 WTO 규정에 근거한 통상 법규와 보호 조항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철강노조의 수입 제한 촉구 탄원서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중국산 제품이 저가로 미국에 수출된 게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USTR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실제로 미국은 그동안 일부 섬유제품 및 석유 장비 등을 제외하고는 중국산 제품에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15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그동안 누적돼 온 무역 불균형 문제가 표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 규모는 사상 최대치인 2680억 달러에 달했다. 신문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유지돼 온 아슬아슬한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중국 책임자를 지낸 에스와 프라사드 미 코넬대 교수는 "양국간 무역분쟁이 통제불능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며 "타이어나 닭고기 문제는 순식간에 다른 부문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분쟁이 오는 24~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분위기를 암담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오는 11월 예정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오용푸 상하이대외무역학원 교수도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이번 무역분쟁은 다른 산업부문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유럽연합(EU)을 포함한 다른 무역 파트너들도 중국의 WTO 제소 행렬에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中, 강경 대응 무기는 미 국채
규정을 강조하며 점잖을 빼고 있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상당히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 중국은 1 달러어치의 미국 제품을 사면 미국이 4.46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을 사주기 때문에 미국의 무역제재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의 보복관세 조치가 발표되자 중국에서는 미국 성토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자심감의 배경에는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가 있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7764억 달러에 달한다. 때문에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미 국채를 전량 매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국이 미 국채를 매각하면 미국의 금리는 폭등하게 된다. 경기침체 대응책으로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에 묶어둔 미국으로서는 날벼락같은 일이다. 이 경우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새로 찍어 시장에 공급한 달러가 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제2의 금융위기가 터질 게 뻔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전쟁'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양국 모두 무역전쟁으로 얻는 것보다는 잃을 게 훨씬 많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최대 채권 보유국인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는 상황이고 미국은 여전히 중국의 가장 큰 수출시장이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전체 경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중국 정부에겐 부담이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일 경우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게 뻔하기 때문이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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