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공화국 농협중앙회..5년간 909명 징계

고객예금 해지해 카드대금 메꾸고, 주식투자금 마련위해 횡령
승진사례금 상납, 부하직원 성희롱 등

농협중앙회가 지난 5년 동안 징계처분을 받은 임직원이 900여명에 달하는 등 비리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이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 앞서 미리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2005년부터 올해 7월까지 909명의 임직원이 징계처분을 받았다.

징쳬처분은 2005년 198건에서 2006년 163건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2007년 190건, 지난해 215건, 올해 7월까지 143건으로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징계수위별로는 징계해직이 90명, 정직 68명, 감봉 220명, 견책이 531명 등이었다.

909명의 징계처분과 관련 주요 유형별로 살펴보면 고객예금을 해지해 카드대금을 메꾸거나 주식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횡령을 저지르는 등 비리행태가 상상을 초월한 정도의 수준이었다.

4급 전모 과장은 자신의 주식투자자금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2007년 9월부터 6개월여 동안 농촌사랑상품권 판매대금, 공무원 복지카드 포인트대금 등 28건, 2억7000여만원을 횡령해 징계해직됐다.

4급 유모 과장은 주식투자로 발생한 거액의 손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외화에 대한 내부통제가 허술한 점을 이용, 지난해 3월부터 두달간 4차례에 걸쳐 미화 3만7200달러를 횡령해 징계해직됐다.

고객의 예금과 펀드를 해지해 자신의 카드대금을 지출한 사례도 있었다.

별정직 신모씨는 과도한 펀드투자와 신용카드 돌려막기 등의 행위로 인해 결제자금이 부족하자 2007년 6월부터 올 3월까지 고객의 정기예금 및 펀드를 임의로 해지해 본인의 카드대금으로 총 25회, 2억5700만원을 부당하게 사용하다 징계해직됐다.

대표이사에게 승진사례금을 상납하고, 대표이사는 추가 금품을 요구한 어이없는 사례도 있었다.

M급(과거 1,2급) 전모 팀장은 지난해 1월 초 축산경제대표(남경우, 구속) 사무실에서 당시 대표이사에게 문서결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2급 승진을 배려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그 뒤 직원 인사에서 2급 승진이 확정돼 농협사료로 발령이 나자 대표 사무실에서 대표이사에게 사례금으로 백화점 상품권 1000만원(50만원권 20장)을 제공했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자기앞수표로 3000만원을 요구해 같은 달 대표 사무실에서 100만원권 자기앞수표 30매를 상납했다가 징계해직됐다.

농협중앙회의 비리에는 성희롱도 빠지지 않았다.

전 노조위원장인 2급 김모씨는 지난해 11월 체육행사에서 술을 마신 후 돌아오븐 버스안에서 부하여직원의 몸을 만지는 등 성희롱 행위를 하다 징계해직을 당했다.

이외에도 약자인 채무자 및 채무관계자로부터 수천여만원의 금품을 수수하고 하위직원이 횡령한 금액을 3년여 동안 4000만원을 상납받아 사용하고, 농협 하나로클럽에 입점하는 업체 대표로부터 고가의 침대를 선물로 수수받는 등 농협중앙회 임직원의 비리행태가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정 의원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처럼 역대 회장, 대표이사들이 줄줄이 비리를 저지르고 구속되는 것을 보면서 직원들이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라며 "횡령·유용, 불법대출, 고객예금 편취 등 길게는 몇년씩 상당한 기간동안 저지른 경우가 많은데 농협중앙회의 감사 및 감독시스템이 무용지물이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든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런 집다한 비리가 근절되기 전에는 농협의 미래는 없다"면서 "임직원의 윤리교육 채널을 다양화하고 상시감사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등 준법의식을 함양하고 윤리의식을 고양시켜 사고예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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