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국의 스마트 그리드 사업은 '제2의 대운하 사업',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를만큼 과장·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국책사업 추진 시 당연히 선행돼야 할 경제성평가 뿐 아니라 예산규모 및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정밀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더구나 스마트 그리드 사업은 통신∙중전기기∙가전∙계량기∙자동차 생산업체 뿐 아니라 금융분야까지 참여해 '돈 되는 일을 만들겠다'는 형국이어서 방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스마트 그리드 사업전반에 대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정부, 11월 스마트 그리드 로드맵 발표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망에 정보기술을 접목시켜 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양방향으로 정보를 교환, 에너지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전력망이다.
지난 3월 정부는 국가 단위의 지능형 전력망 구축을 위한 상세 로드맵 수립에 착후한 데 이어 6월에는 한국형 스마트 그리드 비전을 발표했다.
이 비전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최초로 국가단위의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에서는 에너지∙환경문제에 대응하고 기업에서는 저탄소 생활화를 주요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또 내달에는 법∙제도 정비계획 및 투자계획과 해외시장 진출계획 등을 담은 상세 액션플랜(로드맵)도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2030년까지 스마트 그리드 구축이 완료되면 국가에너지소비의 3%(전기에너지의 10%)를 절감하고, 피크부하 전력의 6%를 낮추어 원전 7기(1,000MW급)를 덜 지을 수 있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4100만t(‘06년 배출량의 7.1%) 줄이고, 화석연료 수입감소로 100억 달러의 외화도 절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법∙제도 인프라 조기정비 및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적용을 통해 68조원 규모의 내수시장과 50만개(연인원)의 일자리도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잘못 인식
그러나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에 IT기술을 접목시키자는 것인 데 ‘IT=통신’으로 착각한 통신업계가 이 사업을 주도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통신업자들은 미국처럼 통신망을 이용해 검침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력선에는 이미 통신케이블이 깔려있어 통신망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이와 관련 한국전력 관계자는 “통신업자들이 전력선이 아닌 통신네트워크를 사용해 전력 데이터를 통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의가 무엇이겠냐”며 “네트워크 구축비용, S/W 사용비용, 통신요금 등에서 어마어마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가적으로 이중투자를 유발하고, 결국 그 모든 비용은 전기요금에 전가돼 국민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마트 그리드의 수출효과가 과연 기대치에 부응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왜냐하면 스마트 그리드의 수출관건은 그리드 단위의 기술 및 운용능력인데 이 부분의 주요 수출대상인 동남아 및 중동 전력시장은 경쟁체제가 아닌 공기업체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진출할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스마트 그리드 사업이 전력산업 판매부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고동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녹색성장 구현을 위한 지능형 전력망 도입’이란 논문에서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기 판매시장에서 경쟁체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철국 의원은 “전기요금은 발전비용과 송배전비용 및 판매비용으로 구성돼 있다”며 “경쟁을 통해 사업자가 줄일 수 있는 판매비용은 총 원가의 2.8%에 불과해 유효경쟁이 이뤄질 여지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보안도 문제다. 현재처럼 보안이 허술한 전력·통신망을 그대로 두고 스마트 그리드 개념만 입힌다면 사이버 테러의 표적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 스마트 그리드 사업 전반 속도조절 필요
전문가들은 스마트 그리드 사업에 국가적으로 들어갈 예산 규모가 얼마인지, 내수시장 및 일자리 창출과 수출효과가 얼마나 될 지 등 꼼꼼히 따져봐야 할 사업들이 한 두 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최기련 아주대 교수(에너지학과)는 “민간사업자의 판매시장 참여확대는 전력공급의 공공성 준수 책임을 준수하는 경우에만 허용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수익성을 우선 따지는 민간 사업자의 특성에 따라 결국은 공익사업자인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구입해서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구도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도 “풍력, 수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스마트 그리드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대용량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 연료전지 등 첨단 기술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스마트 그리드 사업이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스마트 그리드 구성요소 |
아주경제=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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