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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의 고통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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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2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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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잉 해고 사례 분석 "생존자가 해고자보다 스트레스 더 받아"

경기침체로 기업가에 해고의 칼바람이 불고 있는 사이 해고 대상에서 제외된 직장인들이 해고된 이들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위크(BW)는 한 연구진이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의 해고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사라 무어 미국 퓨젯사운드대 교수 등 4명이 함께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예일대가 '난기류(Turbulence)'라는 제목의 보고서로 묶어 내년에 출간할 예정이다.

보잉은 지난 1996년부터 2006년 '난기류'를 맞아 수만명의 직원을 해고하는 등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보잉은 1997년 경쟁사였던 맥도널더글라스를 인수한 뒤 미국 민간 항공기업계를 장악했다. 하지만 유럽 항공기 메이커 에어버스와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자 보잉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비용절감 압박에 시달렸던 보잉은 6년여간 23만4850명이었던 임직원을 15만7441명으로 33%나 줄였다.

연구진이 보잉의 말단 직원에서 고위 간부에 이르는 임직원 3500명을 대상으로 당시 해고 사태와 관련한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해고가 한창일 때 살아남은 이들은 이미지를 쇄신하고 능력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강박에 크게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인력관리 전문가 프랭크 제멕은 "해고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은 자신에게 더 큰 부담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엔 깨닫지 못하지만 이들이 받게 되는 스트레스는 최악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고자들은 살아남은 이들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아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암흑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행복한 삶의 원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또 해고자 대부분은 보수를 적게 받더라도 새로운 직장을 찾아 적응했지만 보잉에 남은 이들은 조달된 부품으로 조립만 할 뿐이라는 자괴감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무어 교수는 "보잉에 남은 이들은 해고자들보다 심리 위축 정도가 두 배 가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생존자들 가운데는 술에 의지하며 불면증과 만성 질환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도 흔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차세대 항공기로 주목받고 있는 '787 드림라이너'가 현재 보잉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시가 예정보다 미뤄지긴 했지만 드림라이너 개발을 계기로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자부심이 회복되면서 결속력도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다섯차례나 시험비행 및 인도시기가 연기됐던 드림라이너는 올 연말 시험비행 후 내년 4분기 첫 인도가 이뤄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경제=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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