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저축은행들이 '묻지마'식 해외투자에 나서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투자 대상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하게 해외투자를 하는 것은 자칫 수익성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6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캄보디아에 위치한 프놈펜 상업은행에 총 1500만불(한화 150억원)의 지분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0%는 김광진 회장이 개인적으로 투자한 것이고 10%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법인이 소유하고 있다.
저축은행 감독규정상 저축은행은 비상장 주식에 대해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관계자는 "회장님이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부분이 크다"며 "프놈펜 상업은행은 지난해 영업을 시작한 캄보디아 시중은행으로 우리와는 별도로 운영하는 독립법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해외 투자 은행하고 우리하고 실질적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다"며 "계열사인 것처럼 부풀려진 차원도 있고 막상 해당 은행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토마토저축은행도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테미큘라은행의 지분을 10% 가지고 있다. 이는 한화로 약 12억원에 달한다.
토마토저축은행 관계자는 "테미큘라은행 설립 당시에 주주로 참여했다"며 "미주쪽 네트워크 비즈니스에 애초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캄코시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진행하고 있는 부산저축은행은 '캄코은행' 지분을 약 10% 보유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감사팀 관계자는 "2년전에 사업을 시작했고 10%이하로 보유하고 있다"며 "PF를 많이 하다 보니 자금조달에 유리하다는 측면에서도 지분투자는 필요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해당은행에 대해서는 캄보디아에서 시중은행 정도로만 알고 있다"며 "PF를 맡고 있는 한일건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형 저축은행의 무리한 해외투자는 자칫 저축은행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국내 시장도 어려워서 리스크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해외투자를 무리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독립법인으로 운영하면서 마치 계열사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인수한 부실채권을 정리하기에도 벅할 것"이라며 "저축은행 업계는 체질이 약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는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주주가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거라면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법인차원에서는 비상장 주식에 대해 10%까지 투자할 수 있다"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 한해서는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대주주가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거라면 제재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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