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통신 1위 KT와 무선통신 2위 KTF의 합병으로 출범한 통합 KT가 좀처럼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통합 KT의 출범은 유선시장의 성장정체를 유·무선 컨버전스 시장 선점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KT그룹의 생존전략이다.
유선 1위를 지키는 동시에 무선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차세대 통신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KT는 무선시장에서 점유율 4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래 성장기반으로 성장정체에 빠진 유선보다는 성장 잠재력이 있는 무선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 매출 20조원의 '통신공룡'인 통합 KT 출범은 통신업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통합 KT의 공격경영에 대비해 통신업계는 치열한 가입자 경쟁을 벌였다. 이통사들은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5대3대2(SK텔레콤대KT대LG텔레콤)'라는 깨지지 않는 법칙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하는 결과만 초래했다. SK텔레콤이 시장점유율 50.5%를 유지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고 3분기 이후에는 업계 스스로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기로 하고 수익경영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통합 KT의 출범은 통신시장 합종연횡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LG그룹은 통합 KT의 출범으로 통신시장의 2강체제가 더욱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 전략을 전격 수정하고 내년 1월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등 통신 3사 합병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이같은 SK와 LG진영의 적극적인 대응에 따라 KT의 전략이 아직까지는 시장에 먹히지 않고 있다.
유선시장을 주름 잡던 KT가 합병을 통해 차세대 통신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지만 오히려 SK텔레콤과의 격차는 좁히지 못하고 LG텔레콤의 추격을 받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에 따라 2개월 후면 취임 1주년을 맞는 이석채 KT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성장정체 극복을 위한 뽀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선부문은 전화사업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성장정체가 심화되고 있고 무선부문은 SK텔레콤의 저항으로 점유율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3분기 실적도 SK텔레콤, LG텔레콤이 실속경영으로 영업이익을 늘린데 반해 KT는 유선부문의 마케팅 비용 증가 등에 따라 영업이익이 10% 이상 줄었다.
게다가 KT는 차세대 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유·무선 컨버전스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은데다 경쟁사의 대응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All New KT, 올레 KT, 쿡앤쇼(QOOK&SHOW)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혁신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성장정체 탈출에 대한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통합 KT의 초대 최고경영자(CEO)인 이 회장이 우리나라 통신업계의 현안인 성장정체 탈출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통신 맏형인 KT가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주경제=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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