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공사가 공사 설립 후 처음으로 채권을 발행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시장은 일단 공사가 발행하는 정책금융공사채권(정금채)에 대해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직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책금융공사는 6일 정금채 5년물 1000억원 어치를 전자입찰한다. 이는 공사가 금융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한 시장과의 첫번째 교신이다.
공사는 첫번째 발행하는 채권의 금리 수준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금채는 공사의 주요 자금 조달처이기 때문에 금리 수준에 따라 향후 경영 목표 및 실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금채는 일단 시장에서 순조롭게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공사의 무보증채권이 지난 3일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을 'AAA(안정적)'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또 공사는 정금채가 예금보험기금채권(예보채)처럼 정부가 보증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예보채 수준의 안전성이 있으며, 산업금융채권(산금채)보다 프리미엄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금채 유통량이 적고 거래 시작 단계라, 오랜기간 거래돼 온 산금채에 비해서는 금리가 높을 것이라는 시선이 아직 많다.
지급보증 문제도 정부가 정금채를 지급보증할 가능성이 낮으며, 국회의 동의와 정부의 지급 보증을 거쳐 발행되는 예보채 수준의 금리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채권시장이 안정됐고, 공사가 산업은행을 계승하는 기관이라 정금채 금리가 높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장기간 채권 시장서 안정적으로 거래돼 온 산금채에 비해 프리미엄이 다소 낮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보채 3년물은 올 중순 이후 4.30%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산금채는 만기에 따라 4.00~6.00%를 지켜왔다.
정금채 금리가 산금채보다 높게 책정될 경우 공사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프리미엄 추가하락도 예상된다.
현재 공사가 갖고 있는 산금채 잔액은 16조원에 이르며, 만기는 내년부터 오는 2014년까지 5년에 걸쳐 분포돼 있다. 향후 공사가 산금채를 정금채를 차환발행 할 경우 금리 수준에 따라 추가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
만약 정금채 금리가 산금채 금리보다 0.1%포인트 높을 경우 공사는 160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장훈 조달운용 부장은 "정금채의 스프레드가 산금채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금리 역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용 발생은 생각지 않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그에 대한 대비책 등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의 다른 관계자도 "정금채 금리가 산금채보다 높아지는 일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사가 채권시장에서 연착륙 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장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 민간 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산은 시절에 쌓였던 시장의 신뢰가 정책금융공사로 그대로 이어지지 않으며,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더욱 그렇다"면서 "공사가 좋은 프리미엄을 받기 위해서는 시장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먼저"라고 조언했다.
한편 산은도 공사와 같은 고민에 시달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정부 보증을 받을 수 없어 스프레드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일 '크레딧 투자전략' 보고서를 통해 "민영화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산은이 발행하는 산금채가 향후에도 현재와 같은 스프레드 수준을 유지할지 불확실하다"며 "산금채 스프레드는 지금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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