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유 재패니즈(Are you Japanese)?" 2004년 미국에 머물렀을 때다. 어느 펍(pub)에서 외국인 남성이 다가와 물었다. 갑작스런 질문에 기자는 엉겁결에 퉁명스럽게 '노'라고 답했다. 함께 있던 친구들이 "맘에 들어 하는 눈치던데"라고 농을 쳤을 때 '아차'하고 뒤돌아봤지만 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당시만 해도 영어가 서툴러 의미있는 대화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낚기(pick-up)'문화 체험 기회를 놓친 게 못내 아쉬웠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에서는 클럽이나 바, 펍 등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자연스럽게 연인 사이로 발전하는 일이 흔하다. 하지만 최근 픽업 문화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고 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시장조사업체 콤스코어 집계를 인용, 지난 9월 한 달간 영국 온라인 데이팅사이트를 방문한 영국인이 500만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온라인 데이팅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런던이나 뉴욕 등 대도시의 클럽을 이용하려면 10~25 달러에 달하는 입장료를 내야 한다. 음료를 주문하려면 큰 목소리로 바텐더를 불러 팁도 쥐어 줘야 한다. 그렇다고 '성공'이 보장돼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제 짝을 찾기 전에 녹초가 되기 십상이다.
반면 온라인 데이팅사이트에서는 월 이용료 30 파운드 가량만 지불하면 한 달 내내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날 수 있다. 업체들은 최신 트렌드인 '트위터'로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전수하고 있다. 영국의 데이트어드바이스라인은 분당 1.5 파운드의 통화료를 부과하며 이성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과 데이트 옷차림, 심지어 키스를 언제하는 게 효과적인 지도 귀띔해 주고 있다.
픽업산업이 호황을 누리자 관련 업체들도 일제히 몸집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특히 미국 업체들의 유럽 진출이 활발하단다. 그러나 평생의 반려자를 찾는 일이 산업화하고 있는 현실은 공감하기 쉽지 않다. 그것도 경기침체의 영향 때문이라니 금융위기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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