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연말까지 서울 재건축 아파트와 수도권 주요 택지지구에서 1만가구가 넘는 대규모 물량을 쏟아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올 연말까지 분양 예정인 래미안 아파트는 총 1만329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분을 제외한 일반 공급 물량은 2790가구다.
이는 삼성물산이 계획했던 올해 연간 분양물량 9600가구보다도 많은 것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총 공급물량 4779가구의 약 3배에 달하는 물량이 단기간에 집중된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연말 분양 물량이 증가한 것은 당초 예정됐던 물량 가운데 일부 공급 일정이 늦어지면서 전체 물량도 증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연말을 앞두고 불과 한달여 사이에 대규모 물량을 공급하는 것은 무엇보다 내년 2월 11일로 다가온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시한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물산이 분양 예정인 고양 래미안 휴레스트, 래미안 김포한강, 래미안 광교 등 5503가구는 기한 내에 계약하면 양도세를 60~100% 면제 받을 수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청약자 입장에서는 양도세 혜택으로 향후 수천만원을 절약할 수 있어 혜택이 없어지기 전 분양을 받으려 할 것"이라며 "건설사 입장에서도 양도세 혜택이 끝나는 내년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 안전하게 분양을 서두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청약열기를 계속 이어가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자칫 내년 우리경제에 더블딥(Ddouble-dip)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불확실한 상황보다는 오히려 지금이 적기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도 올해 12월 분양 예정 물량은 예년에 비해 많은 물량이라며 양도세 감면 혜택이 없어지면 분양 시장 상황이 악화 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에 건설사들이 분양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계절적으로 비수기이고 양도세 감면혜택도 없지만 최근 청약 열기가 뜨겁고 향후 집값 상승을 우려하는 수요자들을 겨냥한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얼마전 삼성물산이 동작구 본동에 공급한 '래미안 트윈타워'는 분양가가 3.3㎡당 1900만원에서 2400만원 달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지만 최고 48대 1이라는 청약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최근 서울 재개발·재개발 물량은 비싼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 때문에 건설사들이 분양 성공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표면적인 이유보다 삼성물산의 부진한 올 실적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들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4조31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15.7% 감소한 데다 영업이익도 1912억원으로 34.5% 격감했다. 공공공사와 해외건설 수주 역시 올해 극히 부진하다.
이 때문에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연말 '밀어내기식' 분양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xixilif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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