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는 18일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입을 단순화하고 고등학교를 다양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오피니언 리더스클럽(OLC) 경제기자회 주최 토론회에서 "한국의 가계 부채가 660조에 달하는데, 주택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사교육에서 오는 것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밤 10시 이후에 학원을 못하게 한다든지, 이에 따라 학생들이 몰릴 수 있는 과외도 신고제로 하든지 해서 고리를 끊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외고, 과학고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풀고 입시제도도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정 총리는 이어 "사교육 문제에 대해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앞서 30여분에 걸친 기조강연에서 선진일류국가 건설과 이를 위한 △성숙한 민주주의 △지속적 경제성장 △사회통합 △높은 국격(國格)을 강조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그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투자는 기업가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과 투자 대상이 있어야 하고, 이를 집행할 고급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시에 의한 '톱다운'식 연구개발(R&D) 관행을 개선하고 교육 개혁이 선행해야 한다는 해결책도 내놓았다.
특히 교육 문제와 관련해선 "응용(학문)도 중요하지만 기초(학문)을 충분히 가르쳐야 급변하는 사회에 나가서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면서 체력, 창의력, 담대함 등을 강조했다.
또 한국과 유대인의 교육 방식을 비교한 정원식 전 총리의 저서를 인용, "유대인 부모는 자녀가 돌아오면 '오늘 학교에서 질문 몇 개 했니'라고 묻는데 한국인 부모는 '오늘 몇 점 받았니'라고 묻는다"면서 성적 중심의 교육 관행을 꼬집었다.
이와 함께 "교육 가운데서도 언어 교육이 중요한데, 영어를 못 해도 국어를 잘 하는 게 훨씬 낫다고 본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초기에 좀 어렵게 된 게 영어를 지나치게 강조해서, '어륀쥐(오렌지)'를 하도 강조해서 (과자에서) '어린 쥐'가 나왔다"고 말해 장내에 폭소를 낳았다.
아울러 "토론식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니 그렇게 해서 좋은 대학을 가겠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학입시를 토론 잘하는 사람이 잘 볼 수 있는 식으로 유도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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