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친이-친박 갈등 점화

대통령의 입장이후 계파간 다른 반응
박근혜 "입장 변화 없다"
민주 "친박과 손잡고 세종시 막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방침'에 대한 입장 표명을 계기로 한나라당 내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대해 "세종시 수정에 대한 새로운 논리나 근거가 없었다"며 평가절하한 반면, 친이계는 "이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로 세종시 수정의 진정성을 확인했다"며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이후에도 자신의 입장을 바꾸지 않아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박 전 대표는 29일 모친 고(故) 육영수 여사 탄생일을 맞아 충북 옥천을 방문해 정부의 수정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내가 할말은 이미 다했다"며 기존의 입장을 강조했다.

이는 9부2처2청의 정부기관이 세종시에 원안대로 이전하고, 필요하다면 자족기능이 보완돼야 한다는 기존의 '원안+α'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인사말을 통해 무궁화꽃으로 한국 지도를 표현한 고 육여사의 자수 작품을 언급 "매일 그 작품을 볼 때마다 어머니께서 한땀한땀 이어가시며 이 땅에 대해 가지셨을 애정이 느껴지고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전국 방방곡곡의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기 바라셨던 마음이 느껴지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외된 사람없이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저와 여러분이 어머니께 드릴 수 있는 생신 선물"이라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수정 반대 움직임이 확실해지면서 친박계 의원들도 '세종시 수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나타낼 계획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이 대통령의 입장표명으로 세종시 논란이 잠재워지고 커다란 방향이 형성될 줄 알았는데 달라진게 없다"며 "세종시로 인한 정치적 반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분열 분위기를 적극 활용해 '세종시 수정안'을 원천 봉쇄 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9일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친박계 의원들과 세종시 원안 추진을 위한 정책공조를 하겠다"며 "우리가 뭉친다면 여당의 일방적인 수정안 추진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박 전 대표와의 만남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소통은 있었다"며 "세종시에 대한 서로의 입장이 같은 만큼 긴밀히 협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앞으로 지역 위원장을 중심으로 4대강 반대·세종시 원안추진에 대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국회에서도 예산안을 중심으로 야당 원내공조를 통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아주경제= 이나연, 팽재용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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