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각광받던 선진국형 간접 투자 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세금 부과로 애물단지로 전락할 상황에 처했다.
ETF 는 주식과 펀드의 장점을 고루 갖춘 상품으로 펀드보다 적은 비용으로 투자할 수 있고, 주식처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
올해 2월 자통법이 시행되면서 주식 외 금, 국채 등 다양한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ETF가 등장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ETF거래에 대한 세금 부과안이 나오면서 출시 예정이던 상품들이 전면 검토에 들어가는 등 기대에 부응할 수 없게 됐다.
6 일 증권업계 및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주식형 ETF는 2012년부터 증권거래세(0.1%)를, 파생상품 ETF는 매도 시 매수시점 대비 이익을 배당소득으로 산출해 소득의 15.4%(내년 7월부터)를 과세할 예정이다.
정부는 ETF가 주식처럼 거래되는 데다 과도한 거래를 지향하기 위해 거래세를, 펀드와 같은 개념에서 파생된 상품으로 배당소득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는 ETF는 이미 매년 결산·분배시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매도시 거래세를 부과한다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주장이다. 또, 거래세가 타 ETF 제외 국내 주식 ETF에만 적용된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ETF는 유통을 목적으로 거래소에 상장된 것인데, 정부의 방침대로 세금이 징구되면 거래가 제한될 것"라며 "결국 투자자들은 ETF를 매매하기보다 장기 보유하는 전략을 택해 ETF를 활용한 차익거래나 롱·숏거래, 대차거래 등이 불가능해져 ETF시장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ETF 고유의 특징과 순기능은 무시한 채 일반펀드와 ETF 과세를 기계적으로 맞추는 것은 상품특성이 다른 ETF와 일반펀드를 동일하게 하는 것으로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오류가 있다"면서 "정부 세수조달이 목적이라면 일관성 있는 과세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과세안이 적용되면 ETF 배당소득세 책정을 위한 업계의 시스템 개발 부담이 불가피하다"며 "아직 ETF는 시가총액이 겨우 3조원으로 일반펀드 시총 300조원의 1/100수준에 불과한 데다 이번 과세안으로 투자자들의 외면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규 상품을 출시하는 업체가 몇이나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ETF 시장이 아직 정착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규제보단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ETF는 웬만한 일반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으나 일반 투자자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참여율이 저조한 실정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국내주식형 ETF(27개)의 연초 대비 평균 수익률은 57.89%로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752개) 평균 47.30%보다 크게 앞섰다.
거래소 관계자는 "ETF상품은 과세가 적용된다고 해도 일반세율의 1/3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그러나 업계의 참여율이 떨어지면 ETF시장 자체가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업계와 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유기간에 따른 배당소득세는 기획재정부가 입법 예고를 한 상태로 오는 17일까지 증권업계 및 기관 등의 의견 수렴기간을 거쳐 국무회의에 통과되면 소득세법시행령에 따라 예정대로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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