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자정 미사는 교황의 나이를 고려해 평소보다 2시간 앞당긴 오후 10시(현지시간)부터 열렸다.
빨간색 점퍼를 입은 이 여성은 신도들이 앉아있는 곳에서 목책을 뛰어넘어 순식간에 복도로 뛰어들었고, 경호원들이 제지에 나서면서 교황과 함께 넘어졌다.
뜻밖의 난입으로 미사 참석자들은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교황청 대변인 치로 베네데티니 신부는 "교황은 곧바로 일어나서 복도를 마저 걸어간 뒤 예정대로 성탄 전야 미사를 집전했다"며 "상처는 입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충격을 받은 교황은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아가며 대성당 제단 쪽으로 걸어갔고, 미사 도중에 의자에 앉아있을 때에도 팔걸이에 기댄 채 피로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소동 와중에 교황과 함께 넘어진 로제르 에셰가라이(87) 추기경은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대퇴부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의 다른 대변인인 페데리코 롬바르디는 교황에게 달려든 여성이 매우 불안정해 보였다면서 이 여성은 1년 전 성탄 자정 미사에서도 교황에 접근하려 했지만 경호선을 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바티칸 경찰은 이 여성을 체포해 난입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이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교황을 껴안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5년 즉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07년 로마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신도 알현 행사를 진행하던 중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독일 청년이 오픈카에 난입하려다 제지당하는 사건을 겪기도 했다.
바티칸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1년 5월13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터키 극우파 회교도 메메트 알리 아그자의 총격을 받은 뒤 경호를 한층 강화했지만, 성탄 자정 미사는 여전히 수많은 신자와 관광객들이 교황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자리다.
이번 사건으로 교황에 대한 경호가 허술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영국 천주교회를 이끄는 빈센트 니콜스 웨스트민스터 대주교는 BBC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이 성 베드로 성당 안에서 벌어졌다는 것이 놀랍다"며 "그곳의 보안은 최근 몇 년간 크게 변화했고 예전보다 강화됐다"고 말했다.
성 베르로 성당으로 입장하려면 금속 탐지기와 불시 점검 등을 거쳐야 하며 성당 내 보안은 바티칸 경찰과 500여년 전통의 스위스 근위대가 분담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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