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해운 분야는 위기관리에 초점 맞춘 인사 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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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수 STX그룹 회장 |
STX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전무 4명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총 63명의 임원이 진급했다. 이에 앞서 STX는 지난달에는 홍경진 사장(재무최고담당자)을 STX조선해양의 신임 대표이사로, 김강수 전 대표이사를 STX조선해양 및 STX대련 해양부문 총괄사장으로 각각 선임했다.
이번 인사에서 강 회장은 새해에도 고전이 예상되는 STX조선과 STX팬오션 등 현재 그룹의 주력사업분야는 경험이 풍부하거나 재무통인 인사를 수장으로 내세워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게 했다.
반면 '미래먹거리'인 에너지 및 자원개발에는 관련전문가를 전면에 배치, 저돌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가장 눈에 띠는 인사는 김대유 STX팬오션 사장이 ㈜STX 사업부문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김대유 사장은 ㈜쌍용, ㈜STX 등 종합상사에서 25년간 석유 및 에너지 관련 수출입 업무, 석탄 및 광산투자 등 에너지 자원개발을 주로 담당해온 해외사업 전략가이다.
이런 자신의 특기를 살려 지난 3월 STX팬오션 사장으로 부임한 김 사장은 9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영국ㆍ중국ㆍ홍콩ㆍ싱가폴ㆍ미국ㆍ일본 등 세계 무역ㆍ해운ㆍ금융의 핵심지역에 현지법인 설립을 진두지휘했다.
이와 함께 강 회장은 지난 3월 영입한 전 무역협회 회장 출신인 이희범 에너지부문 충괄 회장을 에너지ㆍ중공업부문 총괄 회장으로 내세웠다.
이는 에너지 개발-조선소 건설-자원 운송으로 이어지는 종합적인 개발사업과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핵심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강 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던 STX팬오션은 벌크영업의 달인인 이종철 부회장(해운ㆍ지주 총괄)이 직접 챙긴다.
해운업는 지난 7년 동안의 호황을 뒤로 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얼어붙은 시황 때문에 부진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TX팬오션도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규모가 1471억원에 이른다.
이에 지난 1979년 범양상선(STX팬오션의 전신)에 입사한 뒤 한 우물만 파 온 정통 해운맨인 이 부회장이 다시 전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양대 축인 STX조선도 최악의 시황을 극복하기 위해 재무경험이 풍부한 홍경진 최고재무책임자를 선장으로 선택, 내실 경영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STX그룹 관계자는 "강 회장이 이종철 부회장과 홍경진 사장을 수장으로 임명한 것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다가올 호황에도 대비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STX 신화'를 일군 조선 및 해운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한 사업 확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현금유동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인수합병(M&A)과 사업확대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내년은 경인년(庚寅年) 호랑이의 해이다. 1950년생 범띠인 강 회장의 이번 선택이 또다른 신화를 써내려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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