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충현의 디지털돋보기> IT서비스 해외진출의 조건

우리나라 IT서비스 기술의 수출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국내 IT인프라를 구축한 IT서비스 업체들의 기술과 노하우가 해외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삼성SDS는 최근 역대 IT서비스 수출 계약 중 최대인 5000억원 규모의 쿠웨이트 유정시설 보안 시스템 통합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 프로젝트는 쿠웨이트 전역에 산재된 92개 유정시설의 인프라를 감시하기 위한 '융합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삼성SDS가 설계·구축·유지보수까지 일괄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을 벌여 삼성SDS가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LG CNS는 최근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시의 교통카드 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행했다.  LG CNS의 교통카드 시스템 구축 기술을 해외 주요국가들이 벤치마킹 사례로 꼽고 있다.

최근 영국 교통위원회 소속의원은 물론 일본, 유럽, 중남미 등 관련 담당자들이 LG CNS가 구축한 교통카드 시스템을 직접 보기 위해 서울을 다녀갔다.

SK C&C는 지난해 말 미국 조지아주 신용협동조합 2곳에 모바일뱅킹 솔루션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을 발판으로 SK C&C는 인도·독립국가연합(CIS)·중동·동남아 시장 등에서 모바일 관련 IT서비스 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포스코ICT, 현대정보기술 등 중견 IT서비스 업체들도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면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업계는 이같은 IT서비스 수출 성과가 업체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정부의 지원책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전자정부 체계 등 우리나라의 IT서비스 구축 사례를 수출상품으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IT서비스 업체들의 해외 성과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관련 전문가들은 IT서비스 업체들에게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대형 IT서비스 업체들은 그룹 내 매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SDS, LG CNS, SK C&C 등 IT서비스 빅3 업체들의 매출 중 그룹 사업 비중은 40~60%에 이른다. 그룹 규모가 클 수록 IT서비스 업계의 순위도 올라가는 셈이다.

따라서 대형 IT서비스 업체일수록 그룹 의존도를 줄이고 대외 사업 비중을 높여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개발 투자에 인색한 것도 IT서비스 업체들이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주요 IT서비스 업체들의 매출에서 연구개발 투자비는 1%를 채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IT서비스 업체들은 자체 기술 개발보다 외산 업체들의 장비와 솔루션을 가지고 시스템통합(SI) 사업에만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 업체들과 동반 해외 진출 노력도 IT서비스 업체들에게 요구된다.

IT서비스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장비, 콘텐츠 등 주요 IT부문을 통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이다. 따라서 각 부문별 중소업체들과 협업이 중요하다.

대형IT서비스 업체들은 중소 업체들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해외 시장에 동반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제조건들을 통해 IT서비스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관련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갖춰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