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LG전자가 고(故) 구인회 LG 창업회장의 품질 최우선 철학을 전세계 모든 사업장에 전파해 임직원들의 품질의식 고취에 나선다.
이는 LG전자 구분준 회장이 현장방문 중 구 창업회장의 '품질경영' 어록을 발견한 것이 발단이 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달 초 구 부회장이 멕시코 레이노사(Reynosa) 법인 방문 중 한국어·영어·스페인어로 번역돼 액자에 걸린 구 창업회장의 품질경영 어록을 보고 이를 LG전자의 전세계 모든 해외법인에 전파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구 창업회장의 자서전인 '한번 믿으면 모두 맡겨라'에 담긴 내용이다. 락희화학공업사를 1947년에 설립하며 내놓은 화장품인 '럭키크림'을 본격 생산·판매할 때의 얘기다.
"보래이, 가령 100개 가운데 한 개만 불량품이 섞여 있다면 다른 아흔 아홉 개도 모두 불량품이나 마찬가진기라. 아무거나 많이 팔면 장땡이 아니라 한 통을 팔더라도 좋은 물건 팔아서 신용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그들은 와 모르나."
당시 '럭키크림'은 기술도 우위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물자가 귀한 시대에 원료를 제대로 사용해 경쟁사 대비 2배 상당 높은 가격에도 날개 돋힌 듯 팔렸다.
다만 제조 과정에서 수많은 크림통을 다루다 보니 깨지거나 금간 용기에 크림을 담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구 창업회장은 이는 '럭키크림'을 사는 고객에게 불쾌감을 안기는 일이라며 사장인 자신이 직접 감독하거나 생산직원들 사이에서 일일이 불량용기 선별작업을 했다.
이를 본 동생 구정회 당시 락희화학공업사 부사장이 "사장이 그런 일까지 할 필요가 있겠냐"고 하자, 이에 대해 구 창업회장이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말한 것이다.
특히 이는 구 창업회장이 파손되지 않는 '럭키크림' 용기를 고민하던 중 가볍고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 용기에 관한 정보를 얻고 이를 연구해 이후 LG가 플라스틱 산업에 본격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구인회 LG 창업회장의 품질철학은 전세계 80여 LG전자 판매·생산법인이 소재하고 있는 국가의 언어로 제작 및 전달돼 임직원들의 품질의식을 높이는데 일조하게 된다.
이에 구 부회장은 품질경영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전부터 이를 금과옥보로 여긴 구 창업회장의 신념을 계승하겠다는 각오다. 이는 구 부회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품질인데 LG전자의 품질경영이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며 품질강화 주문을 환 것과도 상통한다.
구 부회장은 지난 3일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올해 시무식에서 '품질 책임경영체제 구축'을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며 품질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전사 조직개편 시 사장급 경영혁신부문을 신설해 품질관련 조직을 강화하는 등 제2의 품질경영에 시동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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