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선수 이대호의 연봉 조정에서 구단 손을 들어주자 롯데 팬들은 구단을 향해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가 '7000만원 아끼기'에는 결국 성공했을 지 몰라도 팬 대다수의 불만과 이로 인한 다양한 후폭풍에 직면하는 상황이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 공식 홈페이지(www.giantsclub.com) 중 팬 자유게시판인 '갈매기마당'을 비롯 디씨인사이드 '롯데자이언츠 갤러리' 및 각종 야구관련 커뮤니티에는 20일 저녁부터 현재까지 이번 결정에 분노한 팬들의 게시물이 줄을 잇고 있다.
정범수 씨는 "갈마('갈매기마당'의 줄임말, 롯데 팬을 뜻함) 여러분, 앞으로 글 앞에 '근조' 달고 씁시다"라고 제안하며 "죽었습니다. 팬심,롯데자존심도 못 세워주는 구단은 죽었습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현재 많은 '갈마' 글은 글머리에 근조 표시(▶◀)를 달고 글을 올리고 있다.
박세열 씨는 "롯데는 자존심도 우승욕심도 야구단으로 수익을 낼 생각도 없다. 롯데는 그걸 알아야한다. 기업들이 점점 더 상품 광고보다는 기업 이미지 홍보에 돈을 더 많이 쓰고 있다는 거. 이미 기업이미지는 땅바닥을 쳤으니 별로 상관안하겠다면 할 말 없지만..."이라며 "타격 7관왕에 9게임 연속홈런을 친 롯데 대표선수에게 구단이 먼저 7억 꽝 도장 찍는 통큰 모습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성은 씨는 '▶◀창원-엔씨소프트 출동하면 갈아타실 분 핸즈업~'이라는 글을 올리며 "창원 9구단 소식이 들리길래, 옮겨타실 생각하시는 분이 얼마나 되시는지?"라고 올렸다. 롯데 팬들은 단시간에 무수히 많은 댓글을 달며 '응원구단 갈아타기'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황주현 씨는 '롯데 팬 포기(선수 개인만 응원)+롯데제품 불매'란 글에서 "저는 이제 롯데자이언츠 팬이기를 거부합니다. 선수 개인 응원만 할것입니다. 또한 롯데백화점을 비롯한 롯데 제품은 모두 불매하겠습니다."라며 이번 결정의 불만을 밝혔다.
반면 "어차피 결정난 것 비난해봐야 선수와 구단 모두를 상처 입히는 일이다"라면서 "이대호 선수도 훈련을 떠났으니 조용히 응원해주자"라고 팬들을 진정을 유도하는 게시물도 적게나마 올라오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게시물의 내용은 롯데의 이번 처사를 강력히 비판하는 내용으로 끊임없이 가득차는 모습이다.
한편 KBO는 20일 연봉조정위원회를 열고 7억원을 제시한 이대호 대신 6억3000만원을 제시한 롯데 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조정위는 "타격 7관왕과 9경기 연속 홈런 세계 신기록 등의 활약으로 최고대우를 요청한 이대호와, 2억4000만 원으로 역대 최대 인상폭을 제시한 롯데 의견을 검토한 결과 구단 의견이 합리적이었다"고 밝혔다.
KBO는 지난 1982년의 프로야구 출범이후 이번까지 모두 20차례의 연봉조정위원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유지현(당시 LG트윈스 선수)을 제외하곤 모두 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일각에서는 KBO가 이처럼 롯데 구단의 편을 든 데 대해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을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롯데 구단을 달랠 당근이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이대호는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의 7관왕'과 세계 기록인 '9경기 연속홈런' 등 지난 시즌 활약 및 이를 통한 골든글러브와 최우수선수상 등을 근거로 리그 최고 연봉을 요구했다.
반면 롯데는 이대호의 지난 시즌 연봉인 3억9000만원에서 구단 사상 최고인 2억4000만원을 인상했다는 점,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지 않은 선수의 최고연봉(이승엽, 2003년)과 같은 금액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6억3000만원이 합당하다고 반박해왔다. 결국 이대호와 구단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KBO의 연봉조정위원회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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