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이들 야권 인사들은 엘바라데이를 차기 대통령 후보라기보다는 과도기에 무바라크 정권과의 협상을 진행하고 다양한 야권 단체 간의 차기 권력 경쟁을 중재할 인물 정도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엘바라데이가 그동안 어려웠던 이집트 국내 정치 무대에서 벗어나 외국에서 장기간 머물러왔기 때문에 정통성이나 명분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차기 대권 경쟁에서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
또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나타난 엘바라데이의 소극적인 태도도 그가 야권 세력의 중심인물로 자리 잡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타흐리르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참가자들은 엘바라데이가 자신들의 시위에 동참했었는지, 또 그가 시위대 앞에서 연설을 했었는지 여부조차 몰랐다면서 그가 시위를 주도할 적절한 시기를 잡지 못했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무슬림형제단을 포함한 이집트 야권의 지도자들은 오래전부터 '포스트 무바라크' 체제를 논의해왔고 수십 차례의 회동을 거쳐 야권 인사 100명으로 구성된 '예비 의회'를 구성했다. 이후 지난 1일 처음 열린 예비의회의 10인 운영위원회에서는 엘바라데이가 무바라크 정권과 협상을 진행할 대표로 선출됐다. 그러나 엘바라데이는 카이로에 돌아온 이후 한 번도 예비의회의 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다는 점도 문제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2009년 11월 IAEA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이후 이집트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서 출마 가능성을 부인해오다가 민주화 시위가 발발하자 갑자기 국내에 복귀했다는 점에서 '낙하산'이라고 비난하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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