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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과개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위)와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아래)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토 과개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 및 제도의 통폐합은 물론,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난립한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
국토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키자는 취지의 지역개발사업이 정치적 이해관계 등에 휩쓸려 무분별하게 추진되면서 오히려 안 하니만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과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 등이 수요가 부족한 과도한 개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과개발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효율적인 국토 개발을 위해서는 현재 무분별하게 추진되고 있는 지역 개발사업을 제도적으로 통합하고 관리할 '통합지휘본부'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즉 국토 개발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자는 것이다.
더불어 각종 특별법 등 수십개에 이르는 관련법령을 정비하고, 개발 계획의 수립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검증을 거치게 하는 시스템 구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울러 기존에 세워진 개발계획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비슷하거나 중복된 계획은 조정하고, 수요가 부족한 계획은 과감히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지역개발 통합 추진 필요
그동안 국토 개발은 정치권의 변화는 물론, 부처별로 쪼개지고 지역별로 나눠져 추진돼 왔다. 이에 따라 개발 계획이 중복되고, 예산 낭비 등의 여러 문제가 사회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과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역발전위원회, 지역·광역발전특별회계, 사업군 및 포괄보조금 제도, 광역경제권 개발 전략 등 여러 제도와 정책을 동원해왔지만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개발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전 국토의 개발을 통합 추진하고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지역발전위원회가 각 정부부처의 지역정책을 총괄 조정하고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나 3개월 넘게 위원장이 공석으로 남아 있을 정도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복된 지역 개발사업은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들은 서로 연결해 효율성과 경제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와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중앙정부의 부처간, 중앙-지방간 개발 정책을 조율하고 예산시스템의 통합적 운용을 위해서도 컨트롤타워가 신속하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형 국책사업이나 지역간 사업(광역권 개발)은 국가가 직접 관여하되 중복 여부 등을 조정할 수 있는 기구를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개발사업이 농촌지역 개발사업, 지역 인프라(SOC) 사업, 지역 혁신사업, 중소기업 지원 사업 등 지역별, 유형별로 추진 과정이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는 만큼, 컨트롤타워도 사업별 파급효과를 최대한으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제도를 가져야한다는 지적이다.
장철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 개발사업의 중복 문제나 예산의 적정성 등을 검토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며 “현재 지역발전위원회가 예산을 조정하면서 어느 정도 이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좀 부족하며, 총리실 등에 지역개발사업간 조정자 역할을 하는 기구를 두는 방법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토 개발 사업의 수립에 앞서 정책효과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하는 시뮬레이션 시스템 구축도 과개발 방지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됐다. 지역 개발사업을 실제로 진행하기 전에 추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파급 효과를 미리 예측해 보기 위한 것이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런 지역 개발사업 시뮬레이션 모형을 오랜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구축해 사용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만 여러차례 있었을 뿐 아직 개발되지 못했다.
아울러 정치논리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개발계획에 대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사전 타당성 분석을 하고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무분별한 개발을 사전에 막고 사업 종료 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객관적인 기초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창흠 세종대(행적학과) 교수는 “각각의 지역 개발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고 정확한 수요를 측정하는 등의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지역개발 관련 법령 정비도 시급
과개발의 요인이 되고 있는 각종 지역·지구도 재정비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특정지역, 신발전지역, 접경지역, 개발촉진지구, 마을정비지구, 문화산업진흥지구, 지역특화발전특구, 관광특구, 문화지구, 지식기반산업집적지구, 산업개발진흥지구, 지역종합개발지구, 한계농지 등 정비지구, 공장입지유도지구, 기업도시개발구역, 온천공보호구역, 박람회조성사업구역, 시장정비구역, 전원개발예정구역, 지원도시사업구역 등 표현만 다를 뿐 내용이 대동소이한 것들은 조정해야 한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우후죽순처럼 불필요하게 만들어진 각종 지역·지구를 단순화하되, 실제 개발은 지역의 특성에 맞게 특화개발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토 정책을 지원하는 법률의 정비도 시급하다. 사업지원체계가 미흡해 개발 성과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개발사업의 대부분이 민자사업임에도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이 없어 효율적인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연구원은 지역균형개발법, 신발전지역육성법, 해안권특별법 등을 합쳐 ‘지역개발의 통합지원법(가칭)’으로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법률 아래 각종 지역·지구를 통합하고, 민간이 주도적으로 사업 계획을 세워 신속히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자는 취지다.
각종 발전계획은 지역 범위별로 단순화시켜 초광역권, 광역권, 기초생활권으로 간결하게 개편하고 해안권 및 내륙권 개발구역, 광역개발권역, 특정지역, 신발전지역, 종합발전구역, 개발촉진지구 등으로 나눠진 지역·지구는 ‘지역개발구역’으로 통합하자는 것이다.
다만 국가 경제의 성장동력산업 육성 등을 위해 KTX 역세권, 선벨트 전략 사업, 녹색 산업 등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제한적으로 ‘투자선도지구’로 지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민간도 지구 지정을 제안할 수 있게 허용하고, 기초조사권을 부여해 도시계획 등에 맞으면 별도의 지구지정 없이 사업계획 승인만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장 연구위원은 “각종 개발 계획 및 지구가 과도하게 지정돼 사업 자체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거나 주변 지역 땅값을 급등시키는 문제점이 있다”며 “지역개발 관련 각종 계획과 법률을 단순화시키고 민간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 개발로 인한 지역갈등 해소도 숙제
정부나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각종 공공정책을 둘러싸고 급증하는 지역간 갈등의 사전 예방과 해결 방안 마련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과학비즈니스벨트, 동남권 신공항,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유치 등을 둘렀산 지역간 갈등은 위험 순위를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 등을 의식한 정치권의 무분별하고 즉흥적인 개발 공약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사회에 여러가지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국토 개발 사업을 둘러싼 지역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프랑스와 일본 등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프랑스는 국가 독립기관으로 갈등사전예방기구인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를 두고 있다. CNDP는 국토개발사업 및 설비사업 모두를 관리·감독하며, 공공토론을 통해 사업의 목적, 적정성, 특징 등에 대해 공공의사를 수렴·반영해 사업의 효율적 진행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사회 시스템을 가진 일본에서는 국토교통성에서 사회간접자본의 정비 사업을 추진 할 때 사업실시에 관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주민 등의 이해와 협력을 얻기 위해, 국토교통성 소관의 ‘공공건설사업의 구상단계 계획수립과정에 있어서의 주민참여 절차지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 지침은 계획수립자의 적극적인 정보공개 및 제공 등을 통해 주민참여를 촉진시키고, 주민 등과 협력해 사업의 공익성 및 필요성에 대한 적절한 판단을 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성격을 갖고 있다.
특별기획취재팀
팀장=김영배 부장, 정수영 차장, 유희석·박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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