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중국 영화들이 한국 극장가를 점령하며 ‘제2의 르네상스’를 노리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지배하는 극장가에 중화권 제작사들이 다양한 장르 영화를 들고 상륙, 1980년대 중국(홍콩)영화 시대를 재현할 지 주목된다.
200억대의 막대한 제작비부터 최신 3D기술까지 동원하는 등 화려함과 거대함으로 무장해 국내 중국영화 팬 공략에 나섰다. 30~40대 남성팬의 가슴을 흔들던 '천녀유혼'과 코믹에로 '옥보단'이 21세기 버전으로 재탄생됐고, 사극액션 삼국지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 한중 합작 투자, 200억 투입‘천녀유혼’
12일 개봉하는 판타지 로맨스 ‘천녀유혼’은 1987년 고 장국영과 왕조현 주연의 원작을 21세기에 맞춰 새롭게 각색한 리메이크 버전이다.
‘왕조현의 재림’ 또는 ‘중국의 여신’으로 불리는 주연 여배우 유역비는 이번 영화에서 원작 속 왕조현이 선보인 관능적 섹시함보다는 청순한 이미지로 ‘요괴’ 섭소천을 연기했다. 또한 원작이 영채신(장국영)과 ‘요괴’ 섭소천(왕조현)의 사랑을 그렸다면, 이번 리메이크 버전은 원작 속 주변 인물이던 ‘연적하’를 중심으로 끌어냈다.
영채신-섭소천-연적하의 삼각관계가 이번 영화의 기본 축이다. 연적하의 비중이 커진 만큼 원작에서 노인으로 나온 것과는 달리 리메이크 버전에선 미남 배우 고천락이 대신한다.
기본 줄거리는 삼각관계란 설정 외에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때문에 21세기 버전에 걸맞게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총 200억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번 영화는 한-중 합작 투자 방식으로 제작, CG와 DI(색보정)는 국내 전문업체 ‘DISITAL STUDIO 2L’이 맡았다.
영화 속 ‘섭소천’의 또 다른 모습인 ‘여우’와 ‘나무요괴’ 목희와 연적하의 대결 등에서 선보인 화려한 이미지가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다만 화려한 이미지와 볼거리에 집중한 나머지 극중 연적하와 섭소천 그리고 영채신의 삼각관계에 대한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흠이다. 하지만 고 장국영과 왕조현을 기억하는 30대 이상 영화팬들이라면 원작과는 또 다른 느낌의 ‘천녀유혼’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영화의 시작 및 엔딩 타이틀과 함께 흐르는 주제곡은 제작진이 장국영에 대한 추모의 뜻으로 원곡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장국영을 영원히 기억하며’란 마지막 문구가 ‘천녀유혼’의 아련함에 힘을 싣는다.
◆ 영화 ‘삼국지’ 이번엔 관우…‘삼국지 : 명장 관우’
지금까지도 전 국민의 필독서로 사랑받는 삼국지가 또 다시 스크린으로 부활한다. 워낙 드라마틱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기에 삼국지는 지금까지 다양한 버전으로 영화화돼 왔다.
대표적인 작품이 ‘적벽대전’ 시리즈와 삼국지 속 ‘오호장군’ 중 한 사람인 조자룡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유덕화 주연의 ‘삼국지 : 용의 부활’이다. 오는 19일 개봉예정인 ‘삼국지 : 명장 관우’는 중국출신의 세계적 액션스타 견자단 주연의 영화로, 삼국지 캐릭터 중 가장 막강한 무술 실력을 자랑한 관우가 주인공이다.
총 150억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는 기존의 삼국지 영화가 스케일과 화려함에 방점을 찍었다면, 중국인들이 무신으로 추앙하는 관우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는 하비성 전투로 적장 조조의 휘하로 들어간 관우가 여러 전투에서 공을 세우며 인품과 용맹함으로 존경을 받는 인물로 그린다. 하지만 관우가 주군인 유비의 생사를 확인한 뒤 돌아가려는 과정에서 조조군 장수들과의 대결을 벌이는 과정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나관중이 지은 삼국지연의에 따르면 관우는 키가 9척(약 207cm)에 수염 길이가 2자(약 60cm)에 달하는 거한이다. 또한 관우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무게 82근의 청룡언월도(18kg, 한 근 286g, 한나라 기준)를 휘두르며 싸운다. 극중 관우역에 견자단과는 외모 면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무술 감독으로 정평 난 그의 무술 실력은 역사 속 관우를 스크린에 되살려 내는데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그는 관우 역을 위해 매 촬영마다 6시간이 넘는 분장을 견뎌야 했다는 후문이다.
감독인 맥조휘는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는 관우의 인간성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관우의 화려한 액션보단 그의 인간적인 고뇌에 카메라는 시선을 둔다. 조조군 장수들과의 대결인 ‘오관돌파’는 이번 영화의 하이라이트. 다만 엔딩은 시간에 쫓기듯 급하게 마무리 지은 듯한 인상이 역력하다. 오는 19일 개봉.
◆ 에로계의 전설 3D로 부활…영화 '옥보단 3D'
중국의 3대 금서 가운데 하나인 ‘옥보단’은 1992년 국내에서 첫 개봉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동명의 영화다. 지금과 달리 온라인 발달 전이라 배우들의 난잡한 성애 장면은 남성팬들의 발길을 사로잡으며, 흥행에 불을 지폈다. 이후 국내와 중국에선 ‘옥보단’의 인기에 힘입어 여러 아류작들이 제작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옥보단 3D’는 원작의 기본 줄거리를 입체 버전으로 살려냈다. 총 제작비 320만 홍콩달러(한화 약 45억원)의 비교적 저예산이 투입된 이 영화의 백미는 3D로 무장한 리얼함이다. 하지만 온갖 포르노물이 난무하는 인터넷 시대인 지금과는 어딘지 모르게 동떨어진 느낌이 강하다. 원작이 가진 교훈적인 내용도 그리 크지는 않다. 단순히 ‘3D’에 집착한 1980년대 에로 비디오 수준이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역사적으로 불편한 관계인 중-일 배우들의 합작 출연이다. 일본 AV계의 스타 하라 사오리와 중국의 차세대 섹시스타 남연, 뇌개흔의 몸 연기가 압권이다. 남연은 한때 강도 높은 베드신 촬영에 괴로워 자살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과도한 노출과 내용으로 중국 본토 개봉이 불가능해 홍콩에서만 개봉했으며, 개봉 첫 주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의 흥행기록을 깨 화제를 모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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