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부도 도미노 현실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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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7-1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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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일랜드 국가 신용등급 '정크' 강등…유로존 위기 '원점'<br/>伊·스페인, 유럽 재정위기 '게임체인저' 부상…佛도 흔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유럽 재정위기가 원점으로 되돌아 갔다. 지난 5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며, 위기의 불씨를 댕긴 그리스는 2차 구제금융이 절실한 상황이다. 뒤따라 국제사회에 손을 내밀었던 아일랜드와 포르투갈도 한푼이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을 '정크(투자부적격)' 등급으로 떨어뜨린 데 이어 아일랜드에 대해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무디스는 두 나라가 추가 구제금융 없이는 국가부도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로써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은 모두 정크로 전락했고, 추가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유로존 사태가 원점으로 회귀했지만, 시장이 느끼는 공포는 이전보다 훨씬 크다. 위기의 도미노가 이탈리아와 스페인마저 넘어뜨릴 기세이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에서 각각 3, 4위로 꼽히는 경제대국이다.  재정 붕괴가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은 2008년 금융위기를 능가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아일랜드 국가 신용등급 '정크' 강등…유로존 위기 '원점'
무디스는 12일(현지시간) 아일랜드의 국가 신용등급을 'Ba1' 한 단계 강등했다. 이로써 아일랜드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에 이어 유로존에서 세 번째로 '정크' 등급을 받게 됐다.

무디스는 아일랜드가 EU와 IMF로부터 약속받은 구제금융이 2013년 바닥나면 추가 구제금융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아일랜드의 향후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며 등급을 더 떨어뜨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크게 당황한 눈치다. 로이터는 아일랜드가 그리스와 달리 구제금융 지원 조건이었던 재정긴축을 착실히 이행해 왔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이날 낸 성명에서 "매우 실망스럽다"며 "우리는 할 수 있는 바를 다 하려고 노력했고, 우리가 이뤄낸 진전은 누구나 볼 수 있을 만큼 뚜렷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다. 수브랏 프라카시 BNP파리바 채권 투자전략가는 "아일랜드의 국가 신용등급이 여지껏 투자적격 등급이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도 조만간 정크 수준으로 강등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무디스의 이번 행보가 그리스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한 EU의 추가 지원이 결국 민간 투자자들의 고통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전날 처음으로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신평사들은 민간 부문의 손실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伊·스페인, 유럽 재정위기 '게임체인저' 부상…佛도 흔들
그리스 사태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전이될 조짐을 보이면서 유럽 재정위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정부가 짊어진 부채는 각각 1조8430억 유로, 6390억 유로에 달한다. 그리스(3290억 유로), 포르투갈(1610억 유로), 아일랜드(1480억 유로)의 부채는 차라리 가벼운 수준이다. 두 나라가 그리스 꼴이 날 경우 충격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무너질 경우, 유럽의 금융시스템은 물론 유로화 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윌럼 뷔터 씨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재정위기가 더 큰 판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위기의 판도를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부상하면서 유로존에 존재의 문제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는 시장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한때 1997년 이후 처음으로 6%를 넘어섰다.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부도 위험과 비례한다. 하빈더 시언 RBS 채권 투자전략가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수익률이 7%를 넘게 되면, 이는 유로존의 위기가 아니라 글로벌 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우려하는 연쇄 충격은 이미 유로존 2위 경제 대국인 프랑스까지 확산될 기세다. 이날 프랑스 국채의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한때 124베이시스포인트(bp·1bp는 0.01%포인트)까지 올랐다, 100bp 선으로 밀렸다. 프랑스 금융권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5300억 달러로 유럽에서 가장 많다.

◇15일 EU 긴급 정상회의 촉각…사태 해소 대책 나오나
로이터는 이날 유로존 고위 소식통을 통해 EU 정상들이 재정위기 해법을 찾기 위해 오는 15일 긴급회동을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묘안이 도출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관측이 많다. 우선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뷔터는 재정위기에 처한 유로존 국가들을 구제하는 데 2조 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사태도 누그러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위기의 불씨가 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줄리오 트레몬티 재무장관의 불화로 인한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았고, 스페인의 재정상태에 대한 시장의 의혹도 여전하다. 아울러 디폴트를 허용하는 내용의 그리스 사태 해소 방안에 대한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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