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프랑 대비 즐로티·포린트화 가치 추이(2009년 1월 100 기준/출처:FT) |
즐로티화와 포린트화는 지난 4월 이후 스위스프랑화에 대해 각각 11%, 12% 급락했다. 이번주 들어서는 아예 사상 최저치를 새로 썼다. 유로화도 스위스프랑화에 대해 최근 3개월 새 10% 밀렸다. 시장에서는 유럽 재정위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만큼 스위스프랑화의 기새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스에서 시작돼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을 거쳐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위협하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는 원전을 맴돌고 있다. 전날에는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세 단계 강등하기도 했다.
FT는 폴란드와 헝가리 통화가 급락한 것은 이들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두 나라는 경제 펀더멘털이 탄탄한 신흥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폴란드와 헝가리 은행들이 2008년 금융위기 전부터 스위스프랑화 표시 주택담보대출(모지지)을 많이 취급했다는 점이다. 스위스프랑화값이 뛰면 대출자의 상환 압박이 커져, 이들 대출이 부실화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폴란드에서만 70만명이 스위스프랑화 표시 모기지를 보유하고 있고, 이는 폴란드 은행권 전체 대출의 53%에 이른다.
헝가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헝가리 중앙은행에 따르면 전체 모기지의 64%, 기업대출의 54%가 외화표시 채권으로 대부분 스위스프랑화로 돼 있다.
두 나라가 스위스프랑화 표시 대출 비중을 늘린 것은 이자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견조한 성장세가 즐로티화와 포린트화 가치를 띄어 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결국 환투기에 지나지 않았다고 FT는 지적했다.
헝가리 K&H뱅크의 기오르기 바르차 이코노미스트는 "포린트·스위스프랑 환율이 장기간 230포린트를 웃돌면 헝가리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환율은 233.48포린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환 표시 모기지는 정치적 문제로도 비화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2014년까지 모기지 환율을 180포린트로 고정, 대출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했지만, 금리 차이가 커 일부 은행에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폴란드의 경우 대출자들이 매월 대출금을 상환하고는 있지만, 부동산 가치가 스위스프랑화 표시 채권 가치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FT는 지적했다. 미국에서처럼 깡통주택이 양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폴란드에서 이런 상황에 놓인 대출자는 20만명에 이른다고 FT는 전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스위스프랑화의 강세가 지속되면 폴란드와 헝가리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아타르드 몬탈로 폴란드 재무장관은 "폴란드가 루마니아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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