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초에는 현 정권과 관계가 돈독하다는 이유로 ‘낙하산 인사’ 논란에 시달렸으며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던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KB금융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어 회장은 ‘비만증’에 걸렸던 KB금융의 체질개선에 성공한 후 실적 개선까지 이뤄내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그룹 내에 변화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경영 효율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3200여명의 직원이 직장을 떠난 사상 최대 규모의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인적쇄신을 꾀했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 노조 등 조직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으나 영업이익경비율(CIR)이 지난해 말 58.1%에서 올해 3월 말 38.1%로 개선되는 등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실적 개선도 두드러지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1분기 75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23.3% 증가한 수치로 올해 전체로는 2조5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의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바꾸면서 새로운 성장동력까지 확보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시작한 대학생 전용 점포 ‘락스타 존(樂star Zone)’은 신규 고객 10만명을 유치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도 최근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총수신 2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점차 ‘리딩뱅크’의 위상을 되찾고 있다.
그동안 KB금융 주가에 장애물로 작용했던 국민은행의 자사주 매각까지 완료하면서 금융권의 대장주 지위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어 회장은 지난 5일 가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마음 속에만 담아뒀던 이야기들을 작심한 듯 풀어냈다.
그는 “국제금융을 30여년 가르치면서 실무나 전략에서 어떤 경영자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며 “못난 고대를 나와서 부족하다고 하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 회장은 이어 “KB금융 회장으로 취임하기 2년 반 전에도 회장직 제의를 받은 바 있다”며 “정치적 인사가 아님에도 낙하산이라고 욕을 먹었다”고 토로했다.
능력으로 평가받기보다 정치적 인맥으로 회장직에 올랐다는 세간의 비판적인 인식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그러나 어 회장은 3년 임기 중 고작 1년을 채웠을 뿐이다. 남은 2년 동안 해야 할 일이 아직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우선 지나치게 국민은행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 회장이 “보험과 증권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유다.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진행하고 있는 전주·대전·보해저축은행 매각 입찰에 참여한 것도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한 포석이다.
글로벌 금융 전문가답게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도 확고하다. 어 회장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해외 은행 인수와 글로벌 금융 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믿는 구석도 있다. KB금융은 자사주 매각으로 유입된 2조원을 포함해 5조원 가량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어 회장의 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실탄은 충분히 확보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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