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컬럼] 세계 최고급 포도주시장을 움직이는 차이나 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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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1-2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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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찬 중국금융연구소 소장

중국의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의 소비가 위축되고 있지만, 와인시장만은 나홀로 활황세를 만끽하고 있다. 중국 부자들은 자산 거품이 심한 부동산을 일찌감치 정리하고 인플레이션 국면에 유망한 투자상품인 금·은·원유·미술품·골동품 등으로 눈을 돌렸지만, 세계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자 이제는 와인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와인을 즐기는 중국인이 크게 늘면서 투자가치로 와인을 수집하는 애호가들이 크게 늘고 있다. 건강을 위해 독한 백주(白酒)보다 부드러운 입맛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풍부한 부가가치를 가져다주는 와인 투자 매력에 푹 빠진 것이다. 와인 소비 붐은 경제성장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1970년대 미국, 1980년대 일본은 고도성장기에 와인 인구가 급증했다. 중국도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소득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와인 소비는 지난 10년간 2배로 증가했고, 2014년 와인시장 규모는 60억 달러로 세계 6대 와인 소비국가가 될 전망이다.

1982년산 라프트 와인 1병 값은 1983년에 3만8000원이었지만, 2000년에 100만원을 넘었고, 올해엔 1220만원을 호가한다. 10년 사이 8배가 올라 같은 기간 국제 금 가격 상승의 4배나 된다. 와인 투자 평균수익률이 12~15%를 웃돌자 예술품·금 투자자금까지 몰리면서 중국엔 고급 와인을 취급하는 시장중개인, 와인전문회사, 와인거래소까지 생겨났다.

중국에는 자산규모가 18억원 이상인 부자만 90만명에 달한다. 남다른 재테크 소질을 갖고 있는 부자들을 대상으로 중국은행, 초상은행은 프랑스 와인 농장과 홍콩의 유명 주류 경매회사들과 함께 와인 관련 재테크 상품을 출시했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와인 사모투자펀드가 만들어졌고, 와인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운용사까지 생겨났다. 펀드는 보통 1병에 수천 달러를 호가하는 라프트 초특급 와인, 라투르 빈티지 와인에 주로 투자한다.

주식 거래처럼 온라인으로 와인이 거래되는 상하이·톈진·광저우의 와인 거래시장이 생겨났다. 상하이 와인거래소는 오전 9시 30분에 개장하고, 오후 3시에 폐장하는데, 하루 상·하한가격 등락폭은 10%이고, 당일 결제시스템이라고 한다.

중국 부자들이 선호하는 빈티지 와인인 1982년산 라피트 로칠드와 샤토 페트루스는 1병에 1000만원을 호가한다. 올해 5월 홍콩 크리스티에서 경매된 1961년산 라투흐 임페리얼(6ℓ)은 2억3000만원에 팔렸다. 와인 붐이 불자 자연스럽게 짝퉁도 범람하고 있다. 심지어 경매나 유통시장에서 판매되는 고급 와인의 5%는 가짜라고 한다. 실제 중국 내에서 유통되는 고급 와인의 절반 이상은 가짜라는 말까지도 있다.

돈 되는 것은 다 짝퉁을 만드는 중국인들이 최근 산 와인의 레이블을 1982년, 1975년산으로 교체하는 방법으로 짝퉁 와인을 만든다고 한다. 고급 레스토랑의 소믈리에를 통해 빈병과 코르크를 입수해 싸구려 와인을 채운 뒤, 코르크 마개를 다시 밀봉하는 방식을 쓴다. 심지어 세계 경매사이트인 이베이의 빈병 경매를 통해 수백 유로에 거래되는 것을 구입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가짜 와인 때문에 빈티지 평판이 떨어지고, 와인 수집가들은 컬렉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우려해 짝퉁 와인을 고발하지도 못하자, 짝퉁 와인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짜 와인이 경매에 나돌자 경매회사인 크리스티는 경매에 나온 모든 와인의 상태와 진위를 확인하는 자세한 검사목록을 만들고 3명의 감정사가 세 번씩 검사하고 있지만, 워낙 정교해 식별해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중국 부자들의 비뚤어진 집단행동과 가짜 와인의 범람은 황금소비시대를 맞는 중국 와인산업이 서둘러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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