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10여년 전 잃어버렸던 옛 기업들을 되찾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보면 8월 현대중공업의 현대오일뱅크 인수,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도 비슷하다. 1998년 외환위기, 이른바 IMF 시대에 법정관리 혹은 해외 기업에 인수된 기업들이 10년 만에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다시 국내 기업으로 편입되는 것이다.
단순히 ‘되찾았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건설을 활용한 자원개발, SK의 경우 하이닉스를 통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발돋움, CJ의 경우 대한통운을 통한 해외 물류시장 개척 등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담고 있다.
하이닉수 인수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지은 SK텔레콤은 제조업을 아우르게 되며 종합 IT그룹으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반도체와 통신서비스 부문을 갖게 되면 ICT 전체를 아우르는 셈”이라며 “4~5년 후 비메모리 분야에도 뛰어들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올 초 인수절차를 마무리 된 현대건설은 외연 확대 기조에서 벗어나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룹과 건설이 합작한 자원개발 실무팀도 첫 성과를 찾아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인수합병(M&A)이 순조롭게 진행되며 이제 국내 매물 중에선 대우일렉과 대우조선해양 정도만이 남았을 뿐이다.
이미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운 포스코와 STX 등은 당분간 인수합병 계획이 없다. 하지만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M&A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삼성그룹은 지난 16일 미국 심장혈관진활 진단기기업체 넥서스를 인수한 것을 비롯, 신수종사업분야에서 원천기술을 가진 중소기업 인수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이른바 ‘스몰 딜(small deal)’이다.
올 8월 수처리 운영관리 전문업체 대우엑텍을 인수한 LG전자나,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 호텔 M&A 매물을 물색중인 롯데그룹도 마찬가지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도 케이피케미칼 합병을 추진중이다.
M&A에 대한 관심은 금융권에서도 뜨겁다.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를 준비 중이며, 우리금융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은행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해외 자산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국내 IT 실력으로 중국이나 동남아에 진출하며 소비자 금융 시장에 가능성이 있다”며 이 지역 진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KB금융도 마찬가지다. 어윤대 회장은 최근 신흥 전략시장인 아시아 전진기지 구축을 전제로 “글로벌 수준의 인력 육성과 해외 이전 가능한 금융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은 옛 조흥은행의 베트남 현지법인 신한비나은행과 통합 신한은행 현지 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을 통해 적극적인 해외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두 현지 법인을 합친 자산은 10억 달러 규모로 현지 외국계 은행 중에서는 HSBC에 이어 2위다.
신한금융은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 은행과도 M&A를 추진중이다. 이 곳 인수를 통해 중국과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동남아시아를 잇는 ‘아시아 벨트’를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이밖에도 시종 M&A에 강한 의지를 보인 산업은행지주도 우즈베키스탄 내 최대 외국은행인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현지법인에 대한 인수작업을 마무리하고, 산업은행의 현지법인과 합병한 새 은행을 출범할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