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배순훈 관장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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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1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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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섭 미술평론가,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

김윤섭 미술평론가
얼마 전 배순훈 전 관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에 최종 10명이 지원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응모자가 현직 서울시립미술관장부터 부산비엔날레운영위원장, 전직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미술평론가, 화가, 미술행정 전문가 등 다양한 성격의 주요 인사가 대거 몰려 박빙의 접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표 미술기관 수장으로서 난국에 봉착한 미술계를 보다 안정되고 발전적으로 이끌어줄 '포용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적임자가 누구일까가 초미의 관심사다.

2009년 3월 배순훈 관장의 취임 당시에는 지금보다도 훨씬 화제였다. 대기업 회장과 장관(정보통신부)을 역임한 미술계 외부 인사로선 첫 관장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시엔 OECD 국가 중 '수도에 국립미술관이 없는 유일한 나라'라는 오명과 함께 국립미술관이 경기도 과천에 있어 접근성이 크게 떨어져 별반 사랑받지 못했던 힘겨운 시절이었다. 퇴임 사유야 어찌 되었던 배 관장의 재임 시절 숙원 현안이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서울 소격동 기무사 터에 마련되어 내년 개장을 앞두고 있고, 작품수장고 확충부터 미술관 후원과 작품 기증 확대 등 적지 않은 성과를 이뤄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왜 그토록 'CEO형 관장'에 갈급한 상황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유일한 국립미술관이면서도 내세울 만한 세계적인 작품 한 점 없는 열악한 컬렉션, 박수근 작품 1점 값(45억원)에도 못 미치는 작품 구입 1년 예산, 체계적이고 지속적이지 못한 후원시스템, 전혀 양성화시킬 수 없는 후진적인 기부제도의 한계 등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런 시점에서 배 관장은 구원투수 겸 지명대타자로서 급한 불을 끄며 충분한 역할을 해주고 떠났다. 이젠 앞으로 그 씨앗을 어떻게 발아시켜 잘 키워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침체된 미술계를 살리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 우선 '우수 문화소비자에 대한 포상제도'의 마련이다. 

 국가경쟁력으로 급성장 중인 예술산업의 성패는 문화소비에 대한 증대가 관건이다. 하지만 기존의 예술진흥정책은 '문화생산자(예술가)'의 창작 지원에만 무게가 실려 있다. 예술의 산업적 발전 측면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결국 생산물 대비 소비물량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현재 집행 중인 소극적인 문화소비 장려책을 혁신적으로 증대, 개편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우수납세자 포상제도처럼 별도의 훈장이나 포상(시상)제도를 만들어 기업이나 개인이 문화소비자로 떳떳하게 나설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

또한 예술품 구입에 따른 실질적인 감면혜택이나 그에 준하는 획기적인 장려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문화예술품 소비행위나 지원(협찬)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다는 공증이기도 하다. 
 
 이젠 더 이상 예술품 구입이 특권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대중이 누구나 공유할 수 문화향유권이라는 인식의 공유가 필요한 시기다. 특히 소규모 기업이나 작업장, 학교 등의 공공장소에서 수준 높은 예술품을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 구매자에겐 유무형의 자산가치를 증대시켜주고, 감상자에겐 생활수준의 질적 향상을 불러줄 것이다.

문화소비를 통해 재테크를 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일반 미술애호가나 직장에서 수집한 미술품이 편안한 감상용을 넘어 재화가치까지 가져다줄 수 있다면 미술품을 대하는 시선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뉴질랜드의 경우 일반 고교나 대학에서 미술품 구입을 위한 별도예산을 운용하며, 실제 소장 미술품을 충분히 즐기다가 경매에 되팔아 수익까지 창출하는 예도 있다. 그만큼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소비채널이나 체계화된 행정적 지원정책 덕분이다. 그렇게 보면 문화를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도 그리 어렵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닐 듯싶다.

지난 1일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올해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4점으로 183개국 중 43위,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참담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는 얘기는 말짱 공염불이었던 셈이다. 

 최근 K-POP 열풍을 계기로 문화산업의 경쟁력이 얼마나 큰 시너지 효과가 있는지 실감하고 있다. 이젠 허망한 정치적 구호나 당쟁을 멈추고, 온국민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불명예를 회복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가 '건전한 문화소비 CEO'로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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