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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를 두드리며> 100개 기업 인수한 IT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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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2-1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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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외국 IT벤처기업의 CEO가 국내 진출계획을 발표하는 모습을 볼 때면 부러운 마음부터 든다.

미국의 IT기업을 보면 여전히 무시 못할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해외 진출에 나서는 미국 현지 벤처기업은 벤처캐피털의 자본투자를 받은 자금을 기반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들 CEO는 이전에 회사를 만들어 팔고 그 자금으로 다시 다른 기업을 일군 사례들을 프로필로 내세우고 있다.

IT업계의 소프트웨어 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생태계 형성을 주도했던 애플, 네트워크 장비회사 3COM을 인수한 HP, DB 소프트웨어 업체로 성장해 썬마이크로시스템을 합병한 오라클 등 외국 기업들은 수많은 회사와의 이합집산을 통해 성장해 왔다.

IBM은 100개, 오라클은 70개가 넘는 기업을 제 식구로 맞아들이면서 기업 체질을 변화시켰다.

이들 기업은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오면서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었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을 꾸준히 찾아 투자해온 것이다.

인수·합병된 회사의 주인은 새 회사의 일원으로 경영을 지속하거나 물러나면서 받은 매각대금을 기반으로 다른 기업을 다시 일군다.

미국의 IT 생태계는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하는 수순을 거쳤다.

IT 강자들이 더 튼튼해지고 약자들도 꿈을 갖고 회사를 키울 수 있는 건강한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커온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봐도 회사 창업과 벤처캐피탈의 투자, 이들 회사의 업계 간 제휴와 경쟁의 과정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 IT업계는 상대적으로 이런 인수·합병 시장이 작다.

IT업계에서 인수·합병에 나설 만한 강자들이 적기 때문이다.

덩치 큰 업체들이 몇 되지 않으니 활발한 이합집산도 기대하기 어렵다.

IT업계에 벤처투자와 성공의 신화가 드문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를 인수할 만한 강자들이 한정돼 있으니 작은 업체들이 꿈을 갖기에 역부족이다.

국내에서 IT업계의 인수·합병은 손에 꼽을 정도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더 열악하다.

하드웨어 위주의 육성정책 속에서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외산 소프트웨어가 난무하는 가운데 변변한 국산 제품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IT산업 발전을 위해 건강한 생태계 육성이 절실하다.

꿈을 갖고 열심히 창업하고 결실을 맺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너도나도 이 분야에 뛰어들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회사 다니다 너도나도 치킨집, 분식집 등 자영업에 나서 투자금만 까먹는 사례가 줄어든다.

대기업 수출에만 의존하는 지금의 경제구조에서 우리나라가 성장과 고용의 한계에 부닥치고 있는 상황이 벌써 오고 있지 않은가.

저성장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도 IT벤처기업을 키우는 정책이 활발하게 추진돼야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다양한 IT벤처기업이 커가면서 해외 진출도 활발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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