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솔하임 핑 회장.[사진=미국 ESPN]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올해 미국PGA투어프로들의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290.9야드(약 266m)다. 290야드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2002년에 비하면 14야드가, 지난해에 비하면 3.6야드나 늘어난 것이다. 골프장비가 발달하고 선수들이 체력관리를 체계적으로 하면서 이 거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유수의 골프장들은 늘어가기만 하는 거리에 대응하고자 코스를 뜯어고치는 등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있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탸내셔널GC가 대표적이다.
세계골프를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클럽과 볼 제조 기준을 두어 거리가 늘어나는 것을 막고 있지만 제한적이다. 이러다가는 투어프로들의 평균거리가 300야드가 되도록 손을 쓰지 못할 수도 있을 듯하다.
마침내 세계적 클럽메이커 핑의 CEO이자 회장인 존 솔하임이 늘어나는 거리에 대응하는 한 방법을 내놓았다. 이 안은 클럽 제조업체 및 USGA R&A에도 보내졌다. 어디까지나 ‘제안’ 수준인만큼 채택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솔하임은 ‘BDR’(ball distance rating)이란 아이디어를 냈다. 볼을 세 가지 타입으로 만든다는 것이 요지다. 하나는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만들고, 다른 하나는 현재의 볼보다 30야드 더 나가게, 또다른 하나는 현재의 볼보다 30야드 덜 나가게 제조한다. 그래서 코스 길이나 골퍼 기량에 따라 볼을 선택해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투어프로들은 지금보다 30야드 적게 나가는 볼을 사용하고, 초보자들이나 여성들은 지금보다 거리가 30야드 더 나가는 볼을 사용하는 것이다. ‘보기 플레이어’ 들은 현재의 볼을 사용하든지, 아니면 더 나가는 볼을 사용하든지 자신이 결정한다. 물론 친선대회같은 데서는 출전자의 핸디캡을 정확히 반영하여 모두가 같은 조건의 볼을 사용해야 한다.
솔하임은 “현재처럼 클럽· 볼 메이커들의 기술발전을 가로막는 규칙만으로는 늘어나는 거리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며 “BDR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볼을 사용하면 투어프로와 아마추어가 다른 티잉그라운드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모두 동일한 티잉그라운드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볼로 티샷하면 된다”고 말한다.
잭 니클로스나 아놀드 파머도 솔하임과 비슷한 아이디어를 낸 적 있다. 투어프로들은 거리가 덜 나가는 ‘토너먼트 볼’을 사용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USGA에서는 2005년 볼메이커들에 보통 볼보다 15∼25야드 덜 나가는 볼을 만들어보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 지난해 캐나다의 투어프로들은 시험삼아 한 대회에서 현재 나와있는 볼보다 거리가 현저히 덜 나가는 볼을 쓰기도 했다.
솔하임 회장의 제안을 계기로 코스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재미삼아 플레이하는 아마추어들에게 골프를 어렵게 만드는 현재의 규정과 시스템이 바뀔 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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