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운식의 광화문 통신] 이석채 회장님 전상서(前上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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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2-2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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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운식 기자) 존경하는 이석채 KT 회장님께.

먼저 회장 연임을 축하 드립니다.

KT 최고경영자(CEO) 추천위원회에서 최근 회장님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하기로 의결했습니다.

회장님께서 지난 3년간 이룬 경영혁신과 사업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하더군요.

맞습니다.

회장님은 KT와 KTF를 합병시키고 이어 애플사의 아이폰 도입, 스마트홈 시장 개척 등 공격적인 전략을 펼쳐 KT 최초로 매출 20조원과 영업이익 2조원에 이르는 성과를 이뤘습니다.

차기 회장으로 연임하는데 손색이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회장님께 딱 두 가지만 간언(諫言)드리고자 합니다.

좋은 자리에 고추가루 뿌리려는 게 아닙니다. KT의 발전과 향후 우리 나라 통신 산업의 발전을 위한 것입니다.

조금 귀에 거슬리더라도 너그러히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특히 애둘러 말하기보다 직접적인 표현을 쓰는 점도 한번 봐 주십시오.

우선 당장 회장님께서 앞으로 인사를 할 때, 특정 지역 출신을 차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회장님이 지난 2009년 취임 후부터 어느 쪽 지역 출신을 요직에서 배제시켰다는 얘기가 KT 안팎에서 심심챦게 돌았습니다.

KT를 출입하는 기자 입장에서 '혹시나' 싶어 주요 임원들의 프로필을 꼼꼼히 살펴 봤습니다.

그랬더니 이 소문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더군요.

회장님은 이른 바 TK(대구·경북)출신 입니다. 특정 지역이 어느 쪽인가 있가는 굳이 밝히지 않은 편이 낫을 것 같습니다.

두번째로 말씀드리고자 하는 바는 회장님이 좀 더 당당해 지라는 것이입니다.

회장님께서 올해 초반부터 기자 간담회에서 회장 연임 얘기만 나오면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손사래를 쳤습니다.

아니, 왜 그렇게 하셨습니다.

회장직을 한번 더 맡고 싶으면 당당히 말씀하시지,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는지 저로서는 고개가 갸웃거려 집니다.

회장님의 그런 행동이 남들의 눈치를 살피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듭니다.

KT는 민간 기업으로 탈바꿈한 지 이미 오래지만 아직도 '무늬만 민영화'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의 입김이 그만큼 강하다는 얘기죠.

회장님께서는 정치권이든 정부든 어느쪽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당당하게 KT를 한번 이끌어 주십시오.

그게 'IT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더 탄탄히 다지는 길이라고 판단됩니다.

회장님

물론 그러하지는 않겠지만, 제가 드리는 말에 혹 마음에 상하셔더라도 한번 예쁘게 봐 주십시오.

그리고 새해 인사 올립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 형통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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