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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록기자의 투어스토리>관광공사 면세점 철수, 무엇을 위한 선진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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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1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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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경록 기자)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국산 제품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따라 내년 2월 말까지 한국관광공사의 면세사업을 단계적으로 종료하도록 했다. 이는 공사의 수익사업 등 비핵심 기능을 축소하고 핵심인 관광진흥 중심으로 기능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내년 2월 인천공항 면세점의 영업이 종료되면 한국관광공사는 면세점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이 경우 국산품의 판매가 지금보다 현저히 떨어질 것은 불보듯 분명하다. 지난해 12월 16일 민주당 정의선 의원은 ‘국산 명품 브랜드 육성을 위한 면세산업 발전 정책 포럼’에서 정부의 면세사업 정책에 대해 “관광공사의 면세사업 철수로 인해 면세점 내 국산품 홀대가 더욱 심해질 것이 우려된다”면서 “이는 결국 외화 유출과 내국인의 과소비를 조장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면세사업은 말 그대로 세금을 면제해 주는 특혜사업이다. 공공성이 짙다는 말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6년간 면세점 수익금 1300억원을 관광진흥사업에 투자해 왔다. 제주 중문단지와 경주 보문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시장에서 민간기업만 존재하면, 필연적으로 시장 왜곡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면세사업은 국가가 징세권을 포기한 특수하고도 예외적인 시장이다. 이 시장에 대기업이 들어와 시장을 잠식하면 독과점 형태가 되고 수익성 높은 외제품 판매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또 특혜 사업자라면 마땅히 이행해야 할 사회적 책임에도 무관심할 것이 분명하다.

면세점 입점업체들의 국산품 취급 비율은 한국관광공사 44.4%, 롯데 24.2%, 신라 16.5%, 롯데 DF글로벌 0% 다. 특히 롯데가 인수한 DF글로벌(구 AK)은 외제품만 취급하고 있다. 이는 외국 명품과 수입품 위주의 판매장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한국관광공사가 면세점 사업에서 빠지게 된다면 공항에서 국산품을 볼 기회조차 사라질지도 모른다.

외제품에 대한 우대정책도 문제다. 루이비통의 영업료율은 6.95~7.56%인 데 비해 국산품은 무려 20%를 적용하고 있다. 또 루이비통은 자발적으로 100억원을 들여 실내장식을 해주면서도 국내 입점업체들은 자부담으로 하게 하는 등 외국 제품 우대정책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이렇듯 면세점 사업에서 공사가 해야 할 역할은 그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 공익성이 강한 면세사업이 대기업들에 넘어가버리면 외제품 위주로 운영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공기업 선진화라는 명분에 발목이 잡힌 나머지 대기업 몰아주기로 가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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