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주거환경 '극과 극'…반지하방에서 '초호화' 기숙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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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3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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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자기숙사 학기당 200~400만원선

건국대 민자기숙사 쿨하우스 전경. 단일형 기숙사로는 국내 대학 최대 규모인 12층~15층 5개동 규모다.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1. 서울 근교의 한 대학교 민자기숙사에서 거주하고 있는 대학생 김철수(가명·22)씨. 식비를 포함해 기숙사 비용으로 한 학기에 300만원을 내고 있지만 교내에 위치해 수업받기가 편하고 보안도 철저해 꽤 높은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이 기숙사 건물 안에는 패밀리레스토랑과 편의점 등도 들어서 있다.

#2. 올해 대학 입학 예정인 이나래(가명·20)씨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입주자 명단에서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깊은 실의에 빠져 있다. 전국 입주대상자 9000명 중 97%가 기초수급자, 한부모 가정 등 1순위에서 마감된 탓이다. 이씨는 대학생을 위한 임대주택인 서울시의 '희망하우징' 입주자 모집공고에 한줄기 희망을 품고 있지만 이번에도 떨어질 경우 반지하 월셋방이라도 구할 요량이다.

대학생들의 '주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 하숙집보다도 주거비용이 비싼 '초호화판' 민자 대학 기숙사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학생들의 주거 환경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비교적 경제력이 있는 수도권 학생들이 민자 기숙사를 차지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생활이 빡빡한 지방 학생들은 값싼 자취방이나 고시원 등을 전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LH 등 공공기관이 대학생들의 주거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대학 기숙사보다 임대료가 싼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지만 까다로운 조건과 절차 등으로 대학생들에게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현재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의 민자 기숙사비는 한 학기당 200~400만원선으로, 일반 기숙사의 2~3배 수준이다.

건국대 민자기숙사인 쿨하우스의 경우 1인실 6개월 거주 비용이 299만원이다. 식비 69만원에 보증금까지 합치면 부담해야할 비용은 훨씬 더 늘어난다.

서강대 민자기숙사인 곤자가 국제학사의 6개월 기숙사비는 2인실 기준 194만원으로, 식비 81만원까지 더하면 한 학기에 275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1인실에 식비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비용이 4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민간자본으로 건립된 이들 민자 기숙사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생활 편의시설도 두루 갖추고 있다. 건대 쿨하우스의 경우 건물 안에 제과점·편의점·카페·미용실·세탁소·대형 헬스클럽 등이 들어서 있다.

지난 학기 서울의 한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한 박모(22)씨는 “비용이 만만찮다보니 형편이 어려운 지방 학생들보다 분당 등 수도권에 집을 둔 학생들이 많이 산다"고 귀띔했다.

반면 서울시와 SH공사가 공급하는 대학생 희망하우징 입주 비용은 임대보증금 100만원에 월 임대료 8만~15만원선으로 저렴한 편이다. LH가 올해 전국적으로 1만여가구 공급하는 대학생 전세임대도 보증금 100만~200만원에 월세가 7만~17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값싼만큼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희망하우징의 경우 화장실·냉장고·세탁기·가스렌지 등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나마 까다로운 자격 조건과 절차 때문에 이들 임대주택에 입주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정부나 지자체의 임대주택에 입주하지 못할 경우 저소득가구 학생들은 결국 학교 주변 반지하방이나 옥탑방, 고시원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 '청년유니온'의 조성주 정책기획팀장은 “민자 대학 기숙사가 늘수록 학생들의 주거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정부나 지자체 등이 공공형 기숙사 건립에 적극 나서거나 대학가에 공공 임대주택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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