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하면 지난 4년은 미국발 세계 금융대란으로 시작된 위기와 이에 대한 극복의 역사였다는 것이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으로 접어드는 와중에도 한국 경제는 조기에 위기를 극복하는 저력을 보였다고 누차 강조했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빠르게 수익성을 회복했고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구조조정으로 금융권 부실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는 신속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서민들의 생활 여건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특히 대출금리 폭등에 따른 이자부담은 도를 넘은 상황이다.
지난 1월 은행권 신규 신용대출 금리는 7%대로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그나마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은 서민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제2금융권을 전전하다가 대부업체 등 사금융으로 밀려난 이들은 30% 이상의 이자폭탄에 신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금은 고사하고 매월 이자를 갚는 데도 어려움을 느끼는 가계가 늘고 있다.
실제로 대부업계 상위 10개사의 대출 연체액이 6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급증한 금액이다.
대출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늘어나는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위해 금융권에 대출 확대를 자제하도록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물론 보험, 상호금융,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대출 취급에 신중해졌다.
대출금리 역시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적인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된다.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이 줄어드니 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금융당국은 딜레마에 빠졌다. 가계대출을 옥죄니 금리가 올라 서민 가계가 피폐해지고, 그렇다고 대출을 풀자니 부실화 우려를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서민들이 이자부담에 신음하는 동안 금융권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배당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치적(治績)을 과시하고 싶다면 서민 이마에 아로새겨진 주름살부터 지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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