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가짜 석유제품을 만들어 팔거나 경유를 밀수입하는 등 각종 유류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감독당국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범죄수법은 날로 과감해지고, 지능·고도화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군부대로 유입되는 항공유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항공유 300리터를 훔친 김모(40대)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는 지난해 말 평택시 한 마을의 가건물 뒤 땅속에 위치한 미군부대 항공유 송유관에 구멍을 뚫고 도유장치(볼밸브)를 설치해 항공유 300리터(30만원 상당)을 훔친 혐의다.
김씨는 지난 1월 화성시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기름 6만리터를 훔치다 경찰에 적발돼 구속된 이모(46)씨 등 4명과 짜고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송유관공사가 최첨단 LDS(누유감시)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지만 검거율이 낮고, 근본적인 해결은 역부족이다.
앞서 이달 초에는 150억원 상당의 자동차용 경유를 세관에 허위 신고한 후 국내로 반입해 전국 주유소에 유통시키고, 43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신종 밀수조직이 세관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비쌀 때 한탕 챙기자"며 2009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엔진오일 연료인 베이스오일을 수입하는 것처럼 신고한 뒤 경유를 수입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싱가포르에서 수입한 경유의 색깔이 베이스오일과 같은 옅은 연두색이어서 육안으로는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했다.
가짜 석유제품 제조·판매도 극성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올 들어 3월 셋째주까지 전국에서 불법 석유제품을 취급하다가 적발된 주유소는 모두 41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5곳에 비해 17% 이상 늘었다.
특히 유사경유를 판매하다 적발된 업소는 지난 2008년 349개, 2009년 357개, 2010년 547개, 2011년 571개 등으로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인터넷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 주유권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글을 올린 뒤 돈만 챙겨 달아나는 '주유상품권 사기'도 덩달아 판을 치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인터넷 포털의 한 중고거래 카페에서 5만원짜리 SK주유권을 10%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글을 올린 사람이 피해자들이 보내온 돈만 챙겨 종적을 감추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 피해자는 "인터넷을 통해 모바일 주유상품권을 양도받았는데, 주유소에서 '사용불가 쿠폰'으로 확인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면서 "알고 보니 이미 사용한 상품권을 MMS(멀티메시지서비스)로 보낸 것이었고, 같은 일련번호가 찍힌 쿠폰을 받은 사람이 여러명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같은 주유권 사기 피해는 한 사이트에서 확인된 것만 한 달 새 10여건에 달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싸게 구입하려는 서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하는 '유류 범죄'가 늘고 있다"며 "실시간 모니터링과 함께 처벌도 강화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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