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가계대출 수요가 고금리 사금융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해 서민가계 부실화를 부추겼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 은행권 통제 풍선효과만 유발
금융당국이 지난해 은행권의 대출 확대를 통제하면서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줄어들었다.
지난달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년 1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에 따르면 1월 가계대출 잔액은 639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의 642조7000억원보다 약 3조4000억원 줄어든 수치다.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10년 1월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그동안 신장세를 보였던 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이 186조2000억원으로 6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상호금융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75조원으로 전년 대비 13.1%(20조2000억원) 증가했지만 금융당국의 대출 자제 요구로 올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은행에서 제2금융권으로 이어지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는 결국 서민들을 사금융으로 내모는 풍선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상위 10개 대부업체의 대출잔액은 4조92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4861억원)보다 9.7% 늘었다.
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들은 매월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상위 10개 대부업체의 대출 연체액은 6098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52.1% 급증했다.
지난해 7월 5000억원을 넘어선 뒤 불과 5개월 만에 1000억원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이들 업체의 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1월 8.94%에서 올해 1월 12.39%로 1년 동안 3.45%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만 연체율이 0.86%포인트 상승했다.
장기 불황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자부담이 급격히 증가한 탓에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대부업계의 연체율 상승은 가계대출 부실화의 전조 현상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부업체 이용자 대부분이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인 만큼 대출 부실이 대부업계를 넘어 제2금융권 등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월 현재 대부금융협회가 공시한 대부업체 20곳의 신용대출 금리는 직접대출 기준 최고 39.0% 수준의 고금리라는 점에서 서민경제의 부실화가 외곽으로부터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 가계빚 900조 돌파… 이자부담 눈덩이
제도권 금융기관의 대출 증가세는 한풀 꺾였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한은이 지난 2월 내놓은 ‘2011년 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91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분기보다 22조3000억원 늘어나 2010년 4분기 이후 1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의 노력이 무색해진 셈이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카드사 및 할부금융사 외상판매)을 합한 수치로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858조1000억원, 판매신용은 54조80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 증가분이 모두 2조6000억원에서 3조원, 2조8000억원에서 4조9000억원으로 증가한 점은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가 풍선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근거가 됐다.
한은 관계자는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가운데 상호금융의 대출이 많이 늘었다”며 “지난해 4분기 상호금융의 수신이 증가하면서 예수금 운용을 위해 대출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증가로 지난해 4분기 가계의 이자 부담도 많이 늘어났다.
최근 통계청의 가계동향을 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이자비용은 지난해 4분기 9만356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5% 급증했다.
9만원을 넘은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래 처음이다. 통계청의 이자비용이 주택을 사려고 빌린 돈이나 가계 운영 등을 위해 받은 대출만을 조사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업 목적이나 다른 용도의 대출까지 고려하면 실제 가계 이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 가계부실 장기화 우려
전문가들은 가계부실 현상의 장기화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부실 가능성은 2003년 카드사태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상승하기 시작해 지난해 3분기 최고조로 치솟는 등 장기화할 요소가 상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가계부실지수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높은 부동산가격, 포화상태의 자영업, 고질적인 적자가구 등으로 축적된 리스크가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실화를 막기 위해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단기적인 지표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과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단기 정책에 있어서도 정부는 물가안정을 통해 가계부담을 덜고, 경기 위축에 대한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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