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자살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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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4-3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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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명 변호사(이종명 법률사무소 대표)
지난주 부산출장길에서 부산역 광장의 ‘쌍용차 해고노동자 중 22번째 자살자’ 분양소를 보았다. 2009년 2646명 대량해고 이후 현재까지 자살한 사람이 무려 22명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자살률은 일반적인 기준에 비해 얼마나 높은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의 중국 생산 공장인 폭스콘의 자살률이 높다’는 기사를 한번 쯤 본 일이 있을 것이다. 2009년 기준 폭스콘공장의 자살자는 13명이고 총 근로자의 수가 42만 명이므로 10만 명당 자살률은 3.1명이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83.1명으로 폭스콘의 27배나 된다. 놀라운 것은 2009년 우리나라 자살자는 1만5413명으로 10만 명당 자살률은 31명이다. 굳이 쌍용차 해고노동자가 아니라도 우리나라 자살률은 중국 폭스콘의 10배에 육박하는 셈이다.

왜 자살을 택하는지 정말로 죽고 싶은 마음이 들어본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겠지만, 특정 집단 자살률이 유독 높다면 그 집단에는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나 신념이 강요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 논리적 귀결은 우리나라 전체가 중국 폭스콘 공장보다 10배는 살기 어려운 환경이나 신념이 강요되고 있는 집단이 되는 셈이다. 우리사회가 학생들은 지옥 같은 입시경쟁과 학교폭력에 내몰리고, 노인들은 소외되며, 돈이 가장 큰 가치인 세상,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쉬운 방법들이 제도화 된 곳일 가능성이 크다.

그중 하나가 비정규직 노동자 제도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며 고용불안에 떨어야 하고, 근로자이지만 개인사업자로 등록 해 보장되어야 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근로자들이 있다. 어떤 신문의 만평에서는 요즘 학생들의 장래희망이 정규직 근로자가 되는 것이라는 내용이 있을 정도로 우리 젊은이들의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법원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높지만, 법원은 나름대로 잘못된 제도 하에서 개인을 구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중략)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10.29. 선고 2009다51417 판결 등 다수) 라고 판시함으로써 형식상으로 보면 근로자가 아니나 실질적으로 근로자에 해당하는 사람들도 근로자로 보아 부당해고로부터 보호하고,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하는 등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법원은 텔레마케터나 채권추심원 등 개인사업 등록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기도 하고, 최근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무형태가 원청업체의 지휘감독을 받는 등 실질적인 파견근무라고 볼 수 있다면 원청업체에 직접 고용요구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고통에는 경쟁에서 뒤쳐진 기업의 아픔이라는 배경을 부정할 수는 없겠으나, 그 사회적 상징성이 적지 않지만 이번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죽음을 기리며 재발방지책을 강구한 정당은 없는 것으로 안다. 앞서 말했듯이 법원이 개별적 사건에 있어 구제를 도모하고 있으나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 소송이 제기되어야만 구제가 가능한 소극적 성격에 따른 한계는 매우 크다. 결국 공평한 사회의 룰을 제도로서 정착시킴으로서 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살만한 사회로 만들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방안을 마련할 사회적 합의가 강하게 요청되는 시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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