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스페인 불안에 獨·英·美 국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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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5-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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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그리스 정국 혼란에 이어 스페인의 부실은행 국유화 조치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스페인·이탈리아 등 남부 유로존의 국채수익률은 6%대로 오르고 안전자산인 독일·미국·영국의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獨·英·美 국채수익률 사상 최저…스페인은 6% 돌파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0년 만기 독일 국채(분트)수익률은 1.49%, 영국 국채(길트) 수익률은 1.88%로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5년물 분트 수익률은 사상 최저치인 0.518%까지 하락했다. 길트의 경우 영란은행(BOE)이 1703년이후 수집한 자료로는 최저치다. 10년만기 미국 국채수익률도 3달만에 최저치인 1.79%로 떨어졌다. 이날 미국 재무부가 입찰에 부친 10년물 국채 240억달러의 수익률은 1.85%를 기록 지난 1월보다 1.9% 낮아진 수준에서 이뤄졌다.

국채수익률이 하락하는 것은 국채가격이 오른다는 의미다. 즉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기 때문에 국채가격은 오르는 반면 수익률은 떨어지는 것이다. 국채수익률이 7%대를 돌파하면 자금조달 및 부채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신호다.

독일·영국·미국은 디폴트로 빠질 위험이 없기 때문에 시장이 불확실해질수록 투자자들은 이들 국채를 선호한다. 제로에 가까운 금리에도 안전한 투자처로 자산을 보호하겠다는 심리다.

이와 반대로 재정위기로 인해 위험자산으로 몰린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의 국채수익률은 크게 올랐다. 9일(현지시간) 스페인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날대비 23bp 상승해 6.07%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처음으로 6%를 넘어선 것이다. 스페인 5년물 CDS금리는 전일대비 18.5bp 오른 517.25bp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11bp 올라 5.59%를 기록했으며 그리스 국채금리는 24bp 상승한 23.37%에 달했다.

◆그리스, 연정구성 실패… 스페인 은행권 부실 우려

이같은 이유는 그리스의 정치 혼란에 스페인 금융계 불안으로 유로존 채권시장 불확실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리스 제2당 당수인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구제금융 조건인 긴축재정을 철회하고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부활하겠다며 좌파진영의 세규합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제1당인 신민당에 이어 제2당도 연정 구성을 하지 못함에 따라 제3당인 사회당 에반젤리오스 베니젤로스 당수가 새 정부 구성권한을 부여받았으나 역시 성공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FT는 2차 총선이 기정사실화 됐으며 다음달 17일께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전문가들은 스페인 정부가 자산규모 3위인 방키아의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스페인 국채시장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페인 정부는 채권시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방키아 지분 45%를 보유, 사실상 국유화하기로 했다.

유럽은행 관계자는 “그리스와 스페인의 문제로 유로존은 새로운 난국에 처해있다”며 “국가 채무에 은행까지 리스크가 퍼진 상황에서 스페인의 국채를 사들이고 싶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그룹, 그리스 구제금 일부 중단… 그리시드 확률 높아

오히려 그리스는 긴축안 철회안이 불거지면서 유럽연합(EU)·국제통화기금(IMF)·유럽중앙은행(ECB) 이른바 트로이카로부터 구제금 지원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트로이카는 지난 3월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로 1300억유로를 지원하기로 승인하고 10일(현지시간) 52억유로를 전달할 예정이었다.

EU관계자는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오는 14일 특별회동을 갖고 그리스의 구제금 52억 가운데 10억 유로를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EU집행위는 52억유로를 이미 승인했기 때문에 예정대로 집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부분적으로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리스의 약속 이행여부에 대해 독일과 핀란드 등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으며 52억 유로가 예정대로 전달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는 내주 ECB에 33억유로를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52억유로를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

이에 따라 그리시트(Grexit, 그리스 유로존 탈퇴)에 대한 가능성도 높아졌다. 블룸버그는 10일 전문가 및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7%가 올해 내 그리시트가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으며, 80%가 유럽 채권시장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존 돈줄인 독일의 볼프랑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9일 “그리스가 원하지 않으면 유로존에 잔류시킬 방법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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