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美 동성 결혼, 전략적인 표심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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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5-1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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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지영 워싱턴 특파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고 밝힘에 따라 미 대선 정국이 동성 결혼 이슈로 떠들석하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 예정자는 약 반세기 전 자신이 재학중이던 기숙형 명문 서립학교에서 ‘게이(gay)’ 급우생을 괴롭혔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이번 이슈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대통령이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나섰으니, 앞으로 연방 헌법을 뜯어 고치거나 새 법령으로 동성간에도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바뀔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미 미 전역 약 30개주에서 결혼은 남녀간에만 하는 것으로 헌법을 개정했다. 설사 연방법이 바뀌더라도 앞으로 미국 전체에서 동성 결혼이 실현되려면 적어도 5~10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이 와중에 분명히 보수·종교 단체의 위헌소송 등 반대 운동이 잇따를 것이기 때문에 시일은 더 걸릴 수도 있다. 오바마가 옳 11월 재선되더라도 그의 임기에 이를 완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오바마의 지지선언은 그의 재선을 위한 게임이 분명하다. 아니면 조 바이든 부통령이 먼저 나서 지지 입장을 밝힘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나선 것일 수도 있다. 이같은 분석도 잘 짜여진 극본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사실 확인은 안된다.

정치가 무슨 자선사업도 아니고 이미 지지에 따른 표 계산은 끝났다. 최근 발표된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들은 거의 반반씩 입장이 갈려 있다. 젊은층은 압도적으로 지지를, 중년 이상은 앞도적으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중년층 이상에서 이미 오바마를 찍지 않을 사람들이 동성 결혼 이슈로 오바마에게로는 돌아오지는 않는다. 따라서 동성 결혼 지지선언으로 오바마는 잃을 것이 없다는 계산이다.

오바마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흑인 등 소수계,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 여성, 대도시 청년층, 할리우드 등 특정 산업, 동성애 등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표를 받아왔기 때문에 이번 선언으로 이들의 지지 기반을 더욱 확고히 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까지 오바마에게 거액의 정치 헌금을 한 유권자들을 보면 6명중 한 명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힐 정도다.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의 집에서 1인당 4만달러 후원금 행사를 갖은 것만 봐도 오바마의 지지 기반을 잘 알 수 있다.

이 와중에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약 50년전인 1965년 미트 롬니가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던 시절에 한 학년 아래 게이 후배의 머리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강제로 머리카락을 자른 일을 보도하면서 동성애 인권이나 결혼 문제는 더욱 확산됐다.

그러나 이 피해자는 2004년 이미 사망했고, 가족들과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을 빌은 이같은 보도는 자칫 만들어진 이슈를 중심으로 특정 후보를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되기에 충분하다. 롬니는 “그같은 일들이 일어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있었다면 사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정치 공세는 단순히 동성애자 뿐만 아니라 여성, 소수계 등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표를 잃게 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당시 미국의 고등학교에서 게이로 불리는 동성애자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며 이슈가 되지도 않았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그 학생이 히피와 같은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어 발생한 해프닝이 50년이 지난 지금 동성결혼 이슈와 억지로 연결시켰다는 주장이다.

어찌됐건 지금 미국이 처한 현실을 볼 때 미국 정치와 대선 정국이 이같은 이슈로 휘둘려서는 안된다고 본다. 지난해 재정적자 감축을 놓고 정치인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다 국가 부도의 위기를 맞을 뻔 했고, 이제 조금 경제가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동성애 결혼 보다는 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 정치인들의 표 계산은 끝났는데 누가 더 정확하게 계산했는지 궁금해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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