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華초대석> 동양의 장자끄 상뻬, 지미 리아오

  •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외로움 속에 희망을 그리다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환상적인 그림과 상상력 가득한 아름다운 스토리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열풍을 일으킨 일러스트 작가, 지미 리아오. 그의 작품 속에는 우리의 삶과 외로움, 그리고 희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본명은 랴오푸빈(廖福彬), 1958년 대만에서 출생한 중화권 대표 일러스트레이터로 프랑스 유명 삽화가 '장자끄 상뻬'에 비견되는 동양의 스타 작가다. 1999년 서정성이 물씬한 작품‘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를 선보이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의 작품은 중국은 물론 한국, 미국, 독일, 일본 등 세계 각국 팬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음악, 영화 및 드라마로 재구성돼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10년간 2500만 위안의 판권수익을 올려 2011년 부호작가 순위 일러스트 부분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 대표작으로는 ‘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 ‘달과 소년', ‘지하철’, ‘숲 속의 비밀’ 등이 있다.

세속의 성공과는 달리 지미는 소심하고 내향적인 중년남성으로 알려져 있다. 홀로 단조로운 일상과 사색을 즐기는 부끄러움을 잘 타는 인물로 말로 뱉어내지 못한 인생, 삶과 감정에 대한 이야기, 의문을 그의 작품 속에 토해냈다. 그림에 스토리를 담고 장면마다 짤막한 문구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죽기 전에는 벗어날 수 없을 근원적 외로움, 인생의 아름다움과 소박한 행복을 그려낸다. 부드럽지만 강한 그 만의 호소력은 그의 작품이 얄팍한 감정이 아닌 내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성찰에 기반하기 때문. 실제로 그는 1995년 가장 비극적이자 가장 기적적인 전환기를 맞은 것으로 유명하다.

1995년 그는 혈액암, 백혈병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는 기적적으로 병마를 물리쳤다. 투병 3년 동안 그는 집에 칩거하며 더욱 짙어진 삶과 사람, 자신에 대한 생각을 그림 속에 쏟아냈다. 더 많은 생각이 밀물처럼 밀려왔고 더 많은 감정이 폭풍처럼 다가왔다. 이 같은 깊은 성찰이 그의 그림, 문장, 스토리에 깊이 스며들어 그만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생은 양파를 까는 것과 같아요. 결국 눈물을 떨구게 만들거든요. 청량한 달빛이 쏟아지던 그 밤, 높은 나무에 올랐죠, 숲은 고요했어요. 나는 갑자기 나무 위에 앉아 설익은 과일이 빨갛게 익기를 기다리고 싶어졌죠’

인생의 아픔과 슬픔을 피하기 보단 삶으로 받아들이는 그, 고요한 고독 속에서도 소소한 기쁨과 희망을 마법처럼 풀어내는 지미 리아오, 독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그의 작품이 자신들의 삶에 거울이 되주길 바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제3회 보훈신춘문예 기사뷰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