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통계청(ISTAT)은 2분기 경제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7%로 집계됐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떨어진 수치로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다. 2009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3.5%까지 떨어진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이같은 경기 둔화세는 제조업·서비스업·농업 등 전 산업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는 통계청의 설명이다. 특히 파급효과가 큰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 6월에 전년 동기 대비 22.5%나 추락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날아든 15개 은행 신용등급 하락 소식은 이탈리아 국민들의 시름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지난 3일 유니온디방케이탈리안(UBI)을 비롯한 이탈리아 15개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며 “이탈리아 경제와 은행권의 신용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S&P는 이탈리아 경제 침체가 당초 예상보다 더 심각한 점을 부각하며, 부실자산이 늘어나 기업들의 대출손실을 만회할 보유고가 줄어들어 담보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했다.
강등된 은행 중에는 대형은행인 ‘몬테 데이 파시 디 시에나’도 포함됐다. 이 은행의 신용등급은 ‘BBB’에서 ‘BBB-’로 떨어져 간신히 투자적격 등급을 유지했다. 이탈리아 5위 은행인 UBI의 신용등급도 ‘BBB+’에서 ‘BBB’로 내려앉았으며, 방카카리제는 ‘BBB-’에서 투자부적격 등급인 ‘BB+’로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탈리아 정부는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와 도시들은 수십억 유로의 각종 부동산 자산들을 팔 계획이다. 마리아 몬티 총리가 준비 중인 긴축 예산안에 350개에 달하는 정부 보유 건물을 매각해 15억 유로를 조달하는 방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국방부 소유의 볼로냐 군 연병장과 1270년대에 교황이 지은 후 현재는 교도소로 쓰이고 있는 오르시니 성도 포함됐다. 베니스시도 18세기에 지은 성을 1900만 달러에 내놨고, 밀라노시는 패션거리로 유명한 비아 바구타의 보일스 구알도 저택을 포함한 100개의 건물을 팔 계획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러한 노력으로 구제금융 신청까지는 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구제기금을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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