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카이머가 최종일 최종홀에서 파퍼트를 성공하며 유럽팀 승리를 확정지은 후 환호하고 있다. [미국PGA]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메디나의 기적’(Miracle at Medinah)
미국PGA투어 홈페이지에서는 제39회 라이더컵(미국-유럽 남자프로골프대항전)을 이렇게 표현했다. 유럽팀이 마지막 날 4점차의 열세를 딛고 믿기 어려운 역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최종일 4점차를 뒤집고 우승한 것은 대회 최다차 역전승 타이(1999년) 기록
이다.
1일(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메디나CC(파72). 대회 최종일 12개의 싱글 매치플레이가 펼쳐질 참이었다. 전날까지 미국팀이 10-6으로 앞서 홈팬들을 포함해 약 4만명의 갤러리가 입장했다. 미국팀은 최종일 5개 매치에서 먼저 이기면(4개 매치에서 이기고 한 매치에서 비겨도 됨) 2008년 대회 이후 4년만에 우승컵을 가져올 판이었다.
그러나 경기는 기대와 딴판으로 흘렀다. 미국팀의 첫 다섯 주자(버바 왓슨, 웹 심슨, 키건 브래들리, 필 미켈슨, 브랜트 스네데커)가 유럽팀의 루크 도널드, 이안 폴터, 로리 매킬로이, 저스틴 로즈, 폴 로리에게 연속으로 지고 만 것. 특히 이틀동안 3승을 합작했던 미켈슨은 로즈가 18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는 바람에 아깝게 패하고 말았다.
미국팀은 6,7번 주자인 더스틴 존슨과 잭 존슨이 유럽팀의 니콜라스 콜새어츠와 그레임 맥도웰을 꺾어 한 숨 돌렸다. 양팀 7번 주자까지 12-11로 미국팀이 박빙의 리드였다.
8, 9번 주자 대결에서는 양팀이 1승씩 나눴다. 유럽팀의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미국팀의 짐 퓨릭을 1홀차로, 미국팀의 제이슨 더프너는 유럽팀의 페테르 한손을 2홀차로 각각 이겼다. 그래도 중간점수는 13-12로 미국팀이 간발 앞섰다.
10번 주자로 나선 유럽팀의 리 웨스트우드가 미국팀의 매트 쿠차를 3&2로 꺾고 중간점수 13-13을 만들자 양팀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당초 일찍 승부가 결정되리라던 예상이 빗나가고 최종 11, 12번 주자까지 가보야 결과를 알 수 있게 된 것.
끝에서 두 번째인 양팀의 11번 주자 매치에서 이번 대회 승부가 갈렸다. 마르틴 카이머(독일)-스티브 스트리커(미국)가 운명의 주인공이었다. 카이머는 이틀간 벌어진 네 매치에 한 번 나가 1패를, 스트리커는 세 번 나가 3패를 당한 선수.
카이머가 17번홀(파3)에서 1.5m거리의 파퍼트를 성공하며 보기를 한 스트리커에게 1홀 앞섰다. 갤러리와 양팀 관계자들의 시선이 쏠린 18번홀(파4). 카이머가 1.8m 파퍼트를 성공하면 유럽팀이 14-13으로 앞서나간다. 그러면 마지막 주자 대결에서 유럽이 패하더라도 14-14로 비기게 돼 전 대회 우승팀인 유럽이 라이더컵을 보유하게 되는 상황이다. 카이머의 퍼터를 떠난 볼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카이머가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한 반면 미국팀은 주저앉고 말았다. 마지막 주자를 남기고 유럽팀이 14-13으로 대역전을 했다.
12번째 마지막 주자는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타이거 우즈(미국). 우즈 역시 이틀간 3패를 당한 터라 마지막 싱글 매치에서 자존심을 회복해야 할 처지였다. 17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1홀차로 앞설 때까지만 해도 우즈가 이기는 듯했다. 그러나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끝까지 게임이 풀리지 않았다. 더욱 18번홀 페어웨이에서 유럽의 우승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지막 18번홀에서 90㎝ 거리의 파퍼트는 홀을 외면했고, 우즈는 파퍼트를 앞둔 몰리나리에게 ‘컨시드’(다음 퍼트가 성공할 것으로 간주하고 스트로크를 면제해주는 일)를 주고 말았다. 몰리나리-우즈의 대결은 무승부. 두 선수는 0.5점씩 나눠가졌다.
결국 유럽팀은 이날 8승1무3패로 8.5점을 획득했다. 유럽팀은 전날까지 4점의 열세를 뒤집고 14.5-13.5로 미국팀을 따돌리고 우승컵을 계속 지니게 됐다. 2000년 웨일스에서 열린 대회에서도 유럽팀은 14.5-13.5의 간발의 차로 이긴 바 있다.
유럽팀은 최근 6개 대회 가운데 5승1패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라이더컵 통산 전적에서 미국이 25승12패2무로 여전히 앞서고 있다.
유럽팀 우승의 수훈 갑인 카이머는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다. 메이저대회(2010년 USPGA챔피언십) 우승은 나를 위한 것이었지만 이번 우승에는 팀 동료와 함께 했다.”며 기뻐했다. 특히 유럽 선수들은 이번 우승컵을 암과 투병하다가 지난해 타계한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에게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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