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유럽발 세계경제 불확실성과 중동정세 불안이 계속되면서 대형공사 발주가 계속 늦어지고 있고, 포화상태인 내수시장을 피해 해외로 나간 우리 기업간 저가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4일 해외건서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우리나라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371억 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는 전년동기 378억 달러보다 6% 증가한 수치로, 그나마 한화건설이 지난 5월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따낸 78억 달러 규모 신도시 사업이 포함돼 다행히 체면을 유지한 수준이다. 그러나 수주건수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 445건에서 433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올해도 연말까지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주액이 목표 대비 절반 밖에 안돼 달성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상반기까지 약 322억 달러의 수주고를 올려놓고 하반기 들어 해외 수주가 급감하고 있다는 사실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여름철 비수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상주 국토부 해외건설정책과장은 “통상 여름철에는 중동 지역 라마단 기간과 비수기가 겹쳐 수주 규모가 줄어든다”며 “계약을 앞두고 있거나 수주가 유력한 공사 현장을 살펴볼 때 올해 700억 달러 수주에는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름철 비수기라는 7~8월 수주액을 비교해보면 올해 성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7~8월 해외건설 수주액은 73억 달러였던 반면 올 7~8월은 38억 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특히 올 7월에는 수주액이 약 4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
남은 3개월 동안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건설업계도 하반기 해외건설 시장에서 신규 수주를 대폭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10월 현재 업체별 계약 현황을 보면 사우디아라비아 신도시 사업을 수주한 한화건설이 약 77억5000만 달러로 가장 많다. 반면 나머지 건설사들은 목표 대비 실적이 미진하다.
현대건설은 58억8733만 달러로 2위를 차지했지만 올해 목표인 100억달러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어 삼성엔지니어링(목표 120억 달러)이 약 52억 달러, GS건설(목표 87억 달러) 36억4600만달러로 뒤를 잇고 잇지만 마찬가지로 목표 대비 50%에 못미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 초 해외건설 부진 이야기가 나올 때만 해도 하반기 대거 사업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었다”며 “그런데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중동 정세 등으로 조금씩 발주 일정이 늦춰지면서 수주 소식이 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건설사들의 대거 해외진출에 따른 부작용도 수주 부진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공순위 20위권 건설사 해외영업 담당 팀장은“해외 시장에 나가면 같은 프로젝트 를 놓고 국내 업체끼리 붙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어느 업체가 따도 국내 실적으로는 남겠지만, 저가 입찰에 따른 제살깎기 경쟁으로 모두 상처를 입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도 겉으로는 태연한 표정이지만, 속내는 심경이 복잡한 모습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형 사업 발주가 연말에는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700억 달러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세계정세가 좋아져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중동·아시아 등 일부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감안하면 수주를 앞둔 공사도 차질을 빚지 않을까 사실 걱정스럽다”며 “해외수주활동에 정부의 지원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연말까지 외교·행정 지원을 통해 국내 업체들의 해외수주 활동을 꾸준히 지원할 방침이다. 이달 초에는 아프리카에 수주지원단을 파견하는 등 중동을 넘어 신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국토부 이 관계자는 “계약을 눈앞에 둔 곳은 차치하더라도 수주가 유력한 사업에는 수주지원단 파견이나 장관 서한, 대사관 협조 요청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계약을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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