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각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과잉 유동성과 초저금리 기조에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지속적인 세계 경제 하향 전망이 겹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헤지펀드 투자자들이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으로 몰리고 있다.
신(新)골드러시 현상의 가열은 최근 금값의 급등에서 확인된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현지시간으로 9월 3일 온스당 1687.6달러, 9월 7일 1740.5달러, 14일 1772.7달러로 상승했고, 10월 들어 4일은 1796.5달러까지 급등해 지난 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간 잠깐 혼조세를 유지한 금값은 지난 12일에도 1759.70달러를 유지하며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덩달아 은값 역시 9월 3일 31.44달러에서 10월 12일 33.67달러로 올랐다.
더구나 양적완화가 경기 부양보다는 물가상승 같은 부작용만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은 금 같은 인플레이션 대비용 상품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어 골드러시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금값과 연동된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올 8월 초부터 현재까지 금을 158t 정도나 매입했다.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올 2분기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골드트러스트 지분을 88만4400주로 두 배 이상 늘렸다고 밝혔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올해 미 선물시장에서 금에 대한 투자가 가장 많았다. 핌코의 빌 그로스 회장은 최근 "오로지 금과 실물자산이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고, 레이 다리오 브리지워터 창업자는 "금은 모든 사람들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릴수록 금의 가치는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각국 중앙은행들도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들은 지난 2분기 총 157.5t의 금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7.9%, 전분기에 비해 63% 증가한 수치다.
앞으로의 경제전망도 신골드러시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IMF는 지난 8일 올해·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3%, 3.6%로 내렸다. IMF는 세계 경제성장세는 유로존 위기 지속 등으로 인해 당초 전망보다 부진하며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극약처방에도 불구하고 IMF는 유로존의 경제전망을 올 7월보다 더 어둡게 본 것이다.
글로벌 경제전망이 더욱 악화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시중에 돈을 풀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계속 양적완화를 실시한다면 달러 가치는 더욱 떨어지고 투자자들의 시선은 자연히 금으로 돌아간다. 미국의 재정절벽 리스크도 커지면서 글로벌 통화전쟁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금에 대한 발길은 끊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금이 실물시장의 약세로 예전처럼 호황기를 맞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대 금 소비국인 중국과 인도의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인도는 181.3t의 금을 사들였다. 지난해 2분기보다 56% 감소했고 최근 2년 동안에 최저치다. 올해 인도의 금 수요량은 750t으로 지난해보다 2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올 2분기 금 수요량은 144.9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줄었다.
전통적으로 금 장신구를 애용하는 인도에서는 최근 루피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국제시장의 금 수요가 줄어들었다. 인도인들은 예식 등 각종 행사에서 예전처럼 금으로 화려하게 치장하는 대신 실속 있게 바꿨다. 또한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던 중국도 최근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소비가 크게 줄었다. 이는 올해 상반기 금값이 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크레딧스위스의 카말 나크비 상품투자국 국장은 "현재 경제상황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거나 달러가치가 붕괴되는 등의 패닉상태는 결코 아니다"라며 "금값이 온스당 1800달러 이상을 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의 루피가 이달부터 다시 강세를 나타내면서 금 가격도 탄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소비가 살아난다면 금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 내년 상반기에는 온스당 1920달러에서 2000달러 사이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한 자산 매니저는 "금 차트가 강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온스당 24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