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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과 함께 떠난 명품여행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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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0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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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민복 시인과 함께 걷는 강화나들길<br/>길속에 만나는 역사와 그속에 녹아 있는 자유와 낭만

강화도 광성보의 전경

아주경제 강경록 기자= 여행은 혼자가는 여행도 좋지만 동행이 누구냐에 따라 여행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기자의 눈이 아니라 문화예술인의 부드러운 가슴으로 바라보는 여행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야생화 하나도 다르게 바라보는 예술인들의 시각으로 떠나는 세번째 여행의 동행자는 십여년 전 강화도에 터를 잡고 부드러운 개펄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강화도 시인’ 함민복 입니다.

시인은 강화도를 품고 살면서 강화도 섬 사람들과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며 살고 있습니다. 강화도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강화도 내 문화예술인들과 의기투합해 ‘강화나들길’을 조성하며 강화 알리기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강화도는 가을의 끝 자락에 서 있어 그런지 오히려 한적함마저 느껴집니다. 넓디넓은 강화도의 뻘 밭,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와 단풍잎이 수북히 쌓여 있는 강화도는 모든 것이 바쁘게만 돌아가는 도시의 풍경과는 사뭇 달라보입니다. 도시처럼 치열하지 않아도 자연이 치열하게 만드는 세밀한 풍경을 느끼러 시인이 있는 강화도로 마실나와 보실래요?

함민복 시인이 신미양요 때 있었던 전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반도 역사의 축소판, 강화도
“강화도에서는 길을 걷다 길을 잃어도 후회가 안되는 곳입니다. 길을 잘못 들었다 하더라도 그 길에서 또 다른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인이 강화도에 뿌리를 내린 것도 십여 년이 훌쩍 넘었다. 본래 고향은 충청북도 중원군이지만, 문단 활동을 하면서 서울 이곳 저곳을 떠돌다가 정착한 곳이 바로 이곳 강화다. 처음엔 10년을 잡고 왔다. 하지만 어느새 그 시간이 훌쩍 넘어 이제는 이곳이 제2의 고향이 됐다.

강화도는 섬 전체가 문화유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섬 전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울 만큼 유적이 많다. 국조(國祖) 단군의 전설이 서린 마니산 첨성대를 비롯해 삼랑성(지금의 정족산성)과 전등사, 몽고에 대항하기 위해 천도를 감행했던 고려의 유물들, 그리고 외침에 맞서 싸웠던 조선 시대의 수많은 전적지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 바로 강화다.

“강화도는 지리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고려시대에는 몽골항쟁을 위해 도읍을 강화도를 옮긴적도 있었고, 개화기의 중심지이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강화도는 특히 활자와 인연이 깊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강화도는 역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문학과 철학이 숨결이 담긴 곳이 바로 강화도다. 최근 강화도는 문학적 가치를 재조명 받고 있다. 조선의 양명학 즉,강화학(하곡학)의 자궁이자 심장이 강화이고,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와 팔만대장경을 탄생시킨 곳 또한 강화다. 고려시대의 불세출의 문장가 이규보의 문학이 꽃핀 곳이 강화이며 권필과 송강 철철의 삶터 또한 이곳에 있다. 시인의 말처럼 강화도야 말로 문학인들의 고향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늦 가을, 강화도 연미정에 붉게 물든 500년 이상된 느티나무 두 그루.

◆화남의 길을 걷다
조선말, 강화를 노래한 강화 선비가 있었다. 화남 고재형이 그다. 그는 강화를 노래한 시를 모아 ‘심도기행(沁都紀行)’이라는 책을 냈다. 심도는 강화의 옛 이름이다. 이 책에 담긴 256수의 시는 강화의 역사와 자연, 마을, 사람을 그렸다. “강화나들길이라고 있어요. 나들길은 화남 고재형 선생의 ‘심도기행’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강화의 마을을 직접 방문하여 시로 옮긴 것인데, 이제는 화남 고재형 선생이 노래한 풍경은 거의 변했죠. 새로운 건물이 많이 들어섰으니깐요. 하지만 그의 발자취를 따라 새롭게 길을 만들었습니다.”

2009년 강화나들길 추진위원회가 세워지고 강화나들길 사업은 그렇게 출발했다. 강화도의 문화예술인들은 화남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걸으며 끊어진 길을 다시 잇고 복원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길이 강화나들길이다. 강화나들길은 모두 14개의 나들길 코스가 있다. ‘나들이 가 듯 걷는 길’이라는 뜻의 ‘강화나들길’은 바다와 강이 있으며 생태계의 보고인 세계 5대 갯벌 또한 품고 있다.

또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선사 시대 고인돌과 고려 시대의 왕릉과 건축물 그리고 외세의 침략을 막고 나라를 지키려 했던 조선 시대 진보와 돈대, 선조의 지혜가 살아 숨 쉬는 이 땅을 스쳐 간 모든 문화와 생활 그리고 갯벌과 저어새ㆍ두루미 등 천연기념물 철새가 서식하는 자연생태환경을 보고 느낄 수 있다.

함민복 시인이 추천하는 동검도 해변길

◆섬속의 섬, 동검도
“물 울타리를 둘렀다. 울타리가 가장 낮다. 울타리가 가장 길다”
함민복 시인의 ‘섬’이라는 시다. 강화에는 석모도를 비롯해 교동도, 황선도 등 여러개의 크고 작은 새끼섬이 딸려 있다. 동검도도 그 중의 하나다. 동검도는 면적 1.61㎢, 해안선 길이 6.95㎞의 작은 섬으로 포구를 따라 갈대밭이 발달해 있다. 해질 무렵이 되면 포구에 정박한 자그마한 고기잡이 배와 갈매기, 그리고 갈대가 어우러져 마치 그림엽서의 한 장면 같은 낙조를 보여준다.

“섬은 하나로는 섬이 될 수 없듯이 사람 또한 혼자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섬을 잇는 다리처럼 사람도 자기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길을 만듭니다. 이런 욕망들이 연결되면 길이 됩니다”

보통 강화도에서 낙조감상 포인트하면 동막의 장화리 개펄을 가장 먼저 꼽는다. 그러나 이곳 동검리 일대의 갈대밭을 배경으로 한 일몰도 장화리에 못잖은 것으로 시인은 말한다. 하지만 이 곳 동검도도 개발의 바람을 피하지는 못했다. 차가 드나들 수 있도록 동검리 일대의 갈대밭은 아스팔트가 깔려 갈대 사이를 걷는 기분을 내기에는 아쉬운 점도 있다.

함민복 시인이 추천하는 마니산 정수사

◆함민복 시인의 강화도 추천 여행
△코스(1일): 통일전망대->연미정->광성보->동검도 해변길->마니산 정수사(동막 해수욕장 방향)
△추천맛집: 토가(032-937-482): 강화도 토속 음식인 두부새우젖찌게가 추천 음식

◆여행메모
△강화도에는 전략적 요충지였던 전적지 5곳을 일괄 관람할 수 있는 전적지일괄관람권(2500원)을 구입하면 더 저렴하게 유적지를 관람할 수 있다.

△마니산 남단에 위치한 동막 해변은 폭 100m, 길이 200m의 넓은 백사장에 울창한 노송이 둘러싸고 있어 해변을 즐기기에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또한 물이 빠지고 나타나는 광활한 갯벌은 세계4대 갯벌중 하나로 손꼽히며 이곳에서 가족, 연인과 함께 게, 조개잡이, 머드팩 놀이 등을 할 수도 있다.

◆함민복 시인은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년간 월성 원자력발전소에서 근무했다. 기계와의 대면이 너무 힘들어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한 후 대학 2학년때 ‘성선설’등을 ‘세계의 문학’에 발표하며 등단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개인들의 욕망과 소외를 감성적 문체로 풀어놓아 호평을 받았다. 1996년 우연히 놀러갔던 마니산이 너무 좋아 인근 폐가에 기거하면서 강화에 정착하게 된다. 강화도 개펄의 부드러운 힘을 느끼면서 작품 활동에 매진,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말랑말랑한 힘’등의 시집과 ‘눈물은 왜 짠가’등의 에세이집을 냈다. 2005년 김수영 문학상을 비롯 지난해 윤동주상 문학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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