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미켈슨이 지난주 사용한 '로켓볼즈' 우드. 헤드 바닥에 납 테이프를 붙였음인지 흰 색이 드러나지 않는다.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세계 각 지역의 프로골프투어가 시즌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이런 때 프로골퍼들은 새로운 장비를 시험한다. 다음 시즌을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주 중국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 HSBC챔피언스에서는 색다른 광경이 목격됐다. ‘캘러웨이’ 클럽을 사용하는 필 미켈슨(미국)이 경쟁사인 테일러메이드의 신제품 우드를 갖고 나갔기 때문이다. 미켈슨을 후원하는 캘러웨이나 제3자 입장에서는 좀 의아한 일이었지만,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물론 선수와 후원사는 별다른 갈등없이 이해하고 넘어갔다.
미켈슨은 대회가 열리는 중국 선전 미션힐스CC의 올라사발코스를 미리 연구했다. 파4, 파5홀에서 드라이버샷을 날리면 트러블에 빠질 위험이 높기 때문에 굳이 드라이버샷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미켈슨은 드라이버샷이 305야드, 3번우드가 275∼280야드 나간다.
미켈슨은 그렇다고 3번우드(캘러웨이 빅버사 디아블로)로 티샷하는 것도 원치 않았다고 한다. 270야드를 쳐 가지고는 파5홀에서 ‘2온’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미켈슨은 1주전 캘러웨이 마케팅담당 부사장 해리 아넷한테 그런 사정을 얘기하고 ‘융통성있는 클럽’을 가져가겠노라고 했다. 캘어웨이측에서는 마침 신제품 우드를 준비중이었으나 HSBC챔피언스에는 맞출 수 없었다. 아넷은 “좋을대로 하라”라고 했다. 그러고는 “캘러웨이에서 새 3번우드를 곧 보낼 것이다. 그 때에는 우리 제품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미켈슨은 테일러메이드의 신제품 우드인 ‘로켓볼즈’ 3번우드를 골프백에 넣고 HSBC챔피언스에 임했다. 2007년과 2009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미켈슨은 내심 올해 세 번째 우승을 노렸다. 그는 결국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 챔피언 이안 폴터에게 2타 뒤진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미켈슨이 계약사 제품 외의 클럽을 사용한 것은 전에도 있었다. 지난 9월 BMW챔피언십 이전에 그는 5번우드를 캘러웨이 ‘레이저핏’에서 9년전 모델인 타이틀리스트 ‘980F’로 바꿔 들고 나갔다. 그는 지금도 이 우드를 사용하고 있다. 또 몇 년전 그루브 논쟁이 한창일 때는 핑 ‘아이2’ 웨지를 쓰기도 했다.
선수 본인이 원하면 일시적으로 경쟁사 제품을 사용해도 좋다고 하는 캘러웨이의 관용, 어쩔 수 없이 후원사의 경쟁제품을 사용해야 할 때 숨기지 않고 밝히는 미켈슨의 당당함. 상호 융통성있는 자세 덕분에 미켈슨은 제기량을 발휘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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