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에 착수해 10년 뒤인 1936년 완성됐으며, 무려 160억 프랑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소요됐다.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한계선이라는 의미인 '마지노선'의 유래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100원 밑으로 떨어졌다. 환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이어지자 산업계의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까지 앓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대내외적인 평가는 양호하다. 경상수지는 흑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으며, 업종별로 편차는 있지만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환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한국 경제가 그만큼 견고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경제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은 한국으로 몰려들면서 환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환율 하락을 무작정 반길 수는 없다. 당장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전선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최근 한 경제연구기관은 환율이 50원 하락할 경우 삼성전자의 순이익이 10%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당분간 환율 하락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원화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데다, 선진국들도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서다.
환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묘책은 없다. 정부는 환율이 점진적으로 낮아질 수 있게 유도하고, 기업들은 환율 하락에 대비한 비상대책을 선제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대외 자금이 과도하게 유입됐다가 단기간 내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발생하는 환율 불확실성을 잠재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를 필두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까지 1년 미만의 단기 외환거래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토빈세' 도입을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공들여 구축한 마지노선이 벨기에를 우회해 프랑스로 진격한 독일군의 기습작전에 허무하게 무너졌듯이 투기자금의 기습적인 외환시장 공략은 환율 하락을 부채질해 기업들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에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불황으로 신음하고 있는 기업들이 환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까지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환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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