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침체 속에서 실수요자를 사로잡기 위한 건설사들의 상품 다양화 경쟁이 치열하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는 차별화된 ‘베이(Bay)’ 설계 등 신평면 개발이다. 아파트 평면 개발이 효율적인 공간 활용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대형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던 4베이 이상의 평면 구조가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에서도 흔해졌다.
◆신평면 설계 속속 선보여…청약에서 인기 끌어
베이란 아파트 거실 쪽 전면부에 기둥이나 벽으로 나눠진 공간을 말한다. 전면부에 거실과 안방이 각각 한 개씩 위치하고 있으면 2베이 구조다. 거실+방+방+욕실이 위치하면 4베이다.
4베이 또는 4.5~5베이로 평면을 설계하면 전면부가 넓어져 개방감이 뛰어나고 채광 및 조망권도 극대화할 수 있다. 또 전면과 맞붙은 베란다가 길어져 베란다 확장 때 추가로 주어지는 서비스 면적도 넓어지게 된다.
이 같은 다(多) 베이 평면은 청약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초 청약 접수를 진행한 경기도 시흥시 배곧신도시 ‘배곧 SK뷰’아파트는 1429가구 모집에 462가구가 미달됐다. 하지만 전용 84㎡형 C타입은 1.23대 1의 경쟁률로 유일하게 순위내 마감됐다. 이 주택형은 4.5베이 평면으로, 베란다를 모두 확장하면 54.4㎡나 넓어진다. 전용 84㎡의 중형에서 138.4㎡의 대형 아파트로 변신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아파트 분양 담당자는 “베이는 발코니 확장으로 면적을 얼마나 넓힐 수 있는지를 좌우한다”며 “중소형 아파트에도 4베이 이상 평면을 선보여야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청약을 받은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에일린의뜰’아파트도 4베이를 적용한 전용 66㎡와 4.5베이 평면인 84㎡A만 유일하게 1순위에서 마감됐다.
지난 9일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모아종합건설의 ‘세종 모아미래도’는 세종시 최초로 84㎡B형에 4.5베이 평면을 선보였다.
이 아파트 허종경 분양담당 이사는 “같은 전용면적이라도 4.5베이 서비스 면적이 4베이보다 5㎡ 가량 더 넓다”며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상담한 결과 70% 가량은 4베이인 84㎡A형보다 4.5베이 84㎡B형을 선호했다”고 전했다.
4.5베이를 넘어서 5~6베이 아파트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서울 강남 보금자리지구에서 공급한 ‘래미안 강남 힐즈’ 전용 101㎡ 88가구를 5베이로 설계했다. 침실 4개와 거실을 배치한 판상형 구조로 설계해 공간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이유에서다.
대우건설이 지난 6월 분양한 ‘송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와 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선보인 ‘대전 도안아이파크’ 전용 84㎡ 일부에도 5베이가 적용됐다.
SK건설이 수원 정자동에서 분양 중인 ‘수원 SK 스카이뷰’ 전용 84㎡짜리 펜트하우스는 4개의 방과 1개의 거실, 다목적공간이 나란히 놓인 6베이로 설계됐다.
◆중소형 선호도 맞춰 공급 증가
다베이 평면 설계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작은 공간에서도 채광이나 일조를 최대한 누릴 수 있는 4베이 이상의 평면이 주택시장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며 “작은 면적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냐에 따라 분양 성적이 달라지는 만큼 건설사들의 다베이 설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청약을 실시하는 세종 모아미래도를 비롯해 4베이 이상 설계를 장착한 중소형 아파트가 잇따라 분양된다.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는 금성백조주택이 이달 중 ‘힐링마크 금성백조 예미지’(전용 74~84㎡ 485가구)를 분양한다. 4베이 2면 개방형 구조다.
같은 지역에서 분양하는 대원의 ‘대원 칸타빌’(전용 84~120㎡ 498가구)은 4베이 3면 개방형으로 설계됐다. 특히 84㎡A형에 5.3m폭의 거실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한화건설의 ‘동탄 꿈에그린 프레스티지’도 중소형이 4베이 2면 개방형으로 설계됐다.
지방에서는 GS건설이 경북 안동시에 ‘안동 센트럴자이’ 952가구(전용 65~120㎡)를 이달 중 공급한다. 전용 84㎡A는 4베이 구조로 가변형 벽체를 적용해 공간활용이 쉽다.
전북 군산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군산 미장 아이파크’ 1078가구(전용 59~100㎡)를 선보인다. 전용 84A㎡는 4베이 판상형 구조로 모든 방을 남측에 배치해 채광과 통풍 효과가 좋다.
이처럼 중소형 다베이 평면이 늘어나는 가운데 주택을 잘게 나누는 것이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어 상황에 맞춘 수요자들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어차피 동간 거리나 가구수 등의 문제 때문에 모든 주택을 4~4.5베이로 만들 수는 없다”며 “정문과의 거리 등 위치나 향, 조망권 등에 맞춰 자신에게 맞는 주택을 계약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