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현 지식경제부 원전산업정책관(사진)은 최근 기자와 만나 "지난 1년 7개월 동안 원자력발전 주무부처의 정책국장을 지내면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며 이같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 정책관은 올해 들어 원전 관련 악재가 계속되면서 '오늘도 무사히'를 되뇌며 가슴 졸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한 고비를 완전하게 털어내기도 전에 또다시 전방위적으로 터지는 각종 원전사고에 흰머리가 부쩍 늘어났다.
그는 총리실 산업정책관으로 파견됐다가 지난해 6월 원전산업정책관으로 컴백했다. 앞서 지경부 자원정책과장·원자력산업과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에너지·자원개발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최 정책관은 원전 확대정책의 당위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운영 행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움을 피력했다.
최 정책관은 "시민단체 등에서 안전성을 이유로 정부의 원전정책을 폄훼하고 있지만, 국내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풍력·태양광의 1년치 발전량을 다 합쳐도 고리 1호기 발전량(58만9000㎾)의 4개월치밖에 안 된다”며 "새정권 들어서도 초반에 원전 축소기조로 갈 수는 있지만 결국은 다시 원전 확대기조를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정책관은 그러나 "원전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아 고민"이라며 "모든 원전사고의 중심에는 '사람의 문제'가 있는 만큼 관리 주체인 한수원이 진정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언급의 배경에는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과 안일한 태도,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김균섭 사장이 한수원의 '구원투수'로 나서 조직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오랜 기간 혈연·지연·학연 등 이른바 '연줄'로 이어진 지역 커넥션으로부터 원전 관리가 자유로워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검찰의 고리원전 납품비리 수사가 시작된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원전을 둘러싼 각종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원전은 올해 들어 최근까지 1기당 평균 2.5일꼴로 가동이 중단됐다. 올해 발생한 원전 고장만 모두 14건에 달하며, 이 가운데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 횟수가 9차례다. 이로 인한 가동 중단 일수를 합치면 총 58일에 이른다. 여기에 정전사고 은폐, 납품비리, 직원 마약 복용, 품질보증서 위조 등 올 들어 발생한 각종 비리사건을 더하면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또한 짝퉁부품 919개가 영광·울진원전에 추가공급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영광·울진 주민들은 국회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원전 관련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지경부는 몰려올 후폭풍을 예의주시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과천청사 휴게공간에서는 삼삼오오 지경부 직원들이 모여 "우리가 (한수원의) 문제 수습하는 2중대냐"며 한수원을 성토하는 장면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이제는 한수원을 놓고 '때리는 손이 아플 지경'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며 "지역 원전이 중앙에서도 통제가 안 되는 일종의 '성역(聖域)'이 되면서 특유의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계속해서 부작용을 낳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