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와 갈대의 아름다운 어울림 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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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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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리 갈대밭의 풍경

아주경제 최병일 기자= 사각거리는 바람소리가 갈대숲을 휩쓸고 갑니다. 서천은 갈대가 들려주는 이야기만으로도 풍요로운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서천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곳을 어메니티(Amenity)서천이라고 부릅니다. 어메니티는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농촌의 모든 경제적 자원을 말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농촌 특유의 자연경관과 문화유적 등을 통해 서천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최고의 만족을 주겠다는 뜻일 겁니다. 사전 그대로의 뜻을 기대지 않아도 서천은 농촌 특유의 정겹고 고즈넉한 풍경 하나만으로도 인상적인 곳입니다. 굽이굽이 흐르는 금강이 서천의 몸통을 가로지르고 아담한 포구에는 갈매기가 한가롭게 날아다닙니다. 새벽이면 뱃고동소리가 아침을 깨웁니다. 서천의 자랑인 한산모시는 아직도 최고의 특산품입니다. 그뿐인가요? 이맘때쯤이면 먼 이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철새들의 환상적인 군무를 볼 수 있습니다. 10만개의 하늘거림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신성리 갈대숲에서 사랑을 속삭일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풍경을 눈속에 마음속에 담아 두려면 이번 주말 서천으로 떠나보세요. 향긋한 시골내음이 후두둑 여러분의 심장속으로 파고들 겁니다.

독특한 미로가 조성되어 있는 서천 이색체험마을

서천은 완연한 시골의 느낌을 주는 곳이다.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자그마한 집이 나오고 밥짓는 연기로 인해 아릿한 그리움이 몰려온다. 부드럽고 정적이다. 몽글몽글한 구름이 시골지붕위에 걸려있다. 서천의 이색체험마을은 화양산 자락에 아늑하고 포근한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다. 이색체험마을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았던 지조있는 유학자였던 목은 이색선생이 학문의 꽃을 피웠던 문헌서원이 지척에 있는 곳이기도 하고 독특하고 감동이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이색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색다른 문화와 멋을 배우고 체감할 수 있다.

서천 이색체험마을의 분재미술관

이색체험마을은 초등학교 교장을 퇴임한 김재완 원장이 40여년간 수집한 옹기와 솟대, 분재를 일반에 공개하면서 유명해진 서천식물예술원(041-951-1072)이 모태가 되어 마을전체가 체험마을로 탈바꿈했다. 서천식물예술원은 값비싼 분재가 전시된 것은 아니지만 소박하면서도 김 원장의 품격이 느껴지는 분재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분재미술관 옆에는 김원장이 지난 59년부터 수집해온 1000여점의 질그릇이 다양한 형태로 놓여 있는 옹기전시장이 있다. 미로정원에는 독특한 모양을 한 미로가 이색적이고 농경문화의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는 농경박물관까지 살펴볼 수 있는 곳이 서천이색체험마을이다.시장기가 도는 식사시간이 되면 몸에 좋다는 이색칼국수(연잎, 뽕잎, 엄나무)를 먹으며 색다른 맛에 푹 빠져볼 수 있다.

서천 갈대숲의 안개 자욱한 아침 풍경

서천의 갈대숲은 전라남도 순천만의 갈대숲과 함께 전국 4대 갈대숲으로 불린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갈대7선’으로 꼽히기도 한다. 갈대밭의 규모는 물론이고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광경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갈대밭의 풍경이 도저해서인지 영화 JSA(공동경비구역)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병헌이 북한군 병사인 송강호와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이 바로 이 갈대밭에서 이루어진다. TV드라마 추노, 미안하다 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갈대밭은 햇볕이 여울지는 금강물결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이곳은 철새 군락지로도 이름이 높다. 겨울철에는 고니와 청둥오리가 떼를 지어 갈대숲을 유영한다.

서천은 습지나 많아서인지 갈대숲이 많은 고장이다. 비단 신성리 갈대숲 뿐만 아니라 서천 해안을 따라 어촌과 갯마을 구석구석에서 군락지어 피어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서천은 사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한다. 봄에는 생명이 움트는 소리가 갈대 숲에서 웅성거린다. 여름철에는 무성한 잎새를 지나온 시원한 강바람이 더위를 식혀주고 가을이면 바람 끝에 고개를 숙인 갈대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겨울이면 스산하면서도 애잔하다. 갈대숲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시기는 역시 가을이다. 그중에서도 10월 말에서 11월까지가 갈대의 서정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갈대숲 사이에는 벤치와 산책로가 갖추어져 있어 편안하게 갈대를 감상할 수 있다. (신성리 갈대숲 충청남도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125-1)
서천군 생태관광과 041)950-4017
한산 모시관에서 베를 짜고 있는 모습

한산모시관도 특별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서천은 예전부터 모시가 발달한 곳이다. 한산모시는 충청남도 서천군 한산면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급 모시다 여름날 시원한 모시적삼 한 벌이면 너끈하게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우리 민족의 지혜가 녹아 있는 것이 바로 모시다. 서천의 한산모시는 모시 짜는 기술이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2011년 11월 28일)될 만큼 중요한 우리 민족문화의 주요한 정수중 하나다.

한산모시의 얽힌 설화는 멀리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노인이 건지산으로 약초를 캐러 올라갔다가 모시풀을 발견했다. 이를 모시 재배를 시작했고 조선시대 예종때에는 한산지역의 생저를 토산품 공물로 지정했다. 베틀에 흥겹게 삼으면 모시가 뚝딱 나올 것 같지만 실상 모시는 엄청난 노동력이 요구되는 직물이다. 모시풀 줄기에서 겉 껍질을 벗겨 부드러운 속살만을 골라낸 후 햇볕에 말려 1~2시간 물에 담가야 겨우 보드라운 태모시가 만들어진다. 태모시는 치아 사이에 넣고 긁어 가늘게 쪼갠 후 틀에 모시섬유를 걸쳐놓고 한 올 한 올 입술의 침을 이용해 이어 붙어야 소시굿(모시 실타래)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모시굿을 풀어 모시를 짤 만큼 실을 감고 모시실을 끼운 뒤 콩풀을 먹여 모시를 매끄럽게 만든다. 이를 베틀에 얹어 짜야 겨우 한필의 한산모시가 완성된다. 그야말로 짜는 것은 팔이 아프고 태모시를 째려면 이가 아프고 삼는 것은 종일 무릎에 대고 비비니 살갗이 까졌다. 태모시를 만들고 베틀에 넣어 베를 짜는 과정까지가 지난한 노동의 과정이다 보니 ‘죽은 나무가 사람 곪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렇게 전통은 태어나고 대를 이어갔다.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 금강하구둑의 풍경이 일품이다. 금강하구둑은 전북 장수군 옹달샘에서 발원한 401km에 달하는 금강의 하구를 막아 건설한 둑이다.겨울철이면 하늘을 새까맣게 수놓는 철새들이 삼각편대를 이루며 먼 이국으로 떠난다. 철새들의 군무는 움직이는 그림이 된다.물과 땅위를 나는 철새들의 군무는 때로 묘한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아름다운 자연속에 그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서천의 하루가 붉은 황혼속에 까무룩하게 흘러내렸다.

흥원항의 일출은 고적하면서도 차분하다.

여행수첩
서천가는길 - 서해안고속도로 - 서천 JC- 공주고속도로 - 동서천IC, 대중교통 이용시 서울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약 4시간이 걸린다.

맛집 - 서천은 소곡주로 유명하다. 고구려의 계명주와 신라 교동법주와 함께 백제를 대표하는 술이기도 하다. 일본의 청주도 소곡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다. 3대째 아귀 맛을 이어가고 있는 할매 온정집(041-956-4860)은 서천에서 유명한 맛집이다. 아귀 탕은 시원하면서도 국물이 얼큰하다. 아귀탕은 아귀의 쫄깃쫄깃한 맛이 어우려져 맛이 좋고 비린내가 전혀 없다. 술먹은 다음날 해장으로 일품이다. 해물이 풍성한 덕수궁해물칼국수(041-956-7066) 횟감 좋기로 유명한 강변횟집(041-956-8874), 서천서해안회집(041-952-3177) 등이 음식맛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장벌설농탕(041-952-8993)의 설농탕도 꼭 들러볼만 하다.

묵을 곳 - 한국관광공사 지정 굿스테이업소인 산호텔(041-952-8012)은 시설도 깨끗하고 자연환경이 빼어나다. 대표적인 일몰 명소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이밖에 바닷가펜션(041-952-0737) 꿈에그린바다펜션(041-952-9979) 해돋이산장(041-952-3013) 휴모텔(041-952-0077) 등이 숙박장소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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